유족·상인들 안전조형물 이견… 개관식 앞두고 설계조차 못해
대구 ‘시민안전테마파크(조감도)’가 개관식을 앞두고 ‘안전상징 조형물’에 대한 논란에 휩싸여 건립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14일 대구시소방본부에 따르면 대구 동구 용수동 팔공산 동화집단시설지구 안에 국·시비 200억원,대구지하철참사 국민성금 50억원 등 250억원을 들인 시민안전테마파크가 29일 문을 열 예정이다.
부지 1만 4469㎡에 지상 2층,지하 1층 연면적 5834㎡ 규모인 테마파크에는 지하철안전전시관과 생활안전전시관,방재미래관,유아피난체험시설,미래안전영상관 등 다양한 안전체험 및 전시시설이 들어선다.
하지만 개관을 보름 앞두고도 테마파크의 상징인 ‘조형물’ 받침대에 희생자 192명의 이름을 새기는 문제 등으로 조형물의 작가 선정은 커녕 설계조차 못하고 있다.
대구지하철참사의 유족들은 이 조형물에 지하철사고로 희생된 시민들의 이름을 새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테마파크 건립이 대구지하철 참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인 만큼 희생자의 이름을 남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반면 테마파크 인근 상가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이면 지역 명물이 될 조형물이 결국 위령탑으로 바뀐다.”며 반대하고 있다.또 팔공산자연공원에 추모비가 들어서는 것은 위락지구인 이곳 성격과 맞지 않다는 것이다.
대구시소방본부도 양자간 의견 조율에 실패한 데다 신뢰감을 주지 못하면서 조정력을 잃고 있다.소방본부측은 양측 의견 차이가 뚜렷한 데도 공청회 한번 열지 못한 채 “조만간 잘 해결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상가 주민과 유족의 의견 차이가 너무 커 조율을 못하고 있는 처지”라면서 “테마파크를 일단 개관한 뒤 조형물 문제는 나중에 여러 의견을 수렴하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시민안전테마파크는 2003년 시민 192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구지하철 참사의 교훈을 되새기기 위해 2년 전 착공됐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