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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발·파란 눈… “못 배운 한 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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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평생학교 눈물의 졸업식

“가난이 웬수였죠. 배우지 못했다는 건 평생의 한이었습니다.”

송파구 마천동 신명주부학교 졸업을 앞둔 양서연(65)씨는 9일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늦깎이 여고생인 양씨는 지난 시절 어려운 집안 사정 탓에 못 배웠던 설움을 10일 어엿한 졸업장으로 보상받는다. 비록 미인가 학교이지만 양씨는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지난해 4월 고입 검정고시, 8월에는 대입 검정고시를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시 교육위원회 추천으로 검정고시동문연합회 장학금도 받았다. 그는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신 선생님들께 감사할 뿐”이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9일 강서구 내발산동 강서구민회관에서 열린 성지중학교 졸업식에서 우등상을 받은 김간랑(왼쪽·60)씨가 만학 동기생과 함께 졸업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막장 졸업식’이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지만, 이곳만큼은 그런 걱정이 없다. “여자는 소나 키우라.”는 설움을 딛고 배움의 길에 들어선 주부, 이국 땅에서 한국말 한마디라도 더 배우려 안간힘을 쓰는 외국인들에게 졸업장은 인생의 목표를 이뤘다는 성취감이요, 그간의 아쉬움이 고스란히 담긴 통한의 눈물이었다. 1년간 두번의 검정고시를 서둘러 치른 까닭에 대입수학능력시험을 포기했던 양씨는 “대학에 진학해 사회복지사로 지적장애인을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지동 한림주부학교에 다니는 남경란(59)씨에게도 짧은 가방끈이 내내 짐이었다. 뜻밖의 사고로 학업을 멈췄다. 하지만 주부학교에서 공부 욕심을 마음껏 부려 요양보호사·라인댄스 1급 교사·한문 3급 자격증을 얻었다. 오는 16일 기다리던 고교 졸업장을 받는다. 한양여대 도예과 등 3개 대학에 합격하는 기쁨도 맛봤다.

캄보디아에서 온 새 신부 모리다(22)는 신명주부학교에서 한글학교 학업을 마쳤다. 유치원 교사로 가는 첫 걸음이다. 모리다는 검정고시 학원도 병행하며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청일점으로 인기를 누리는 프랑스 새 신랑 줄리앙 자크 조엘(30)은 “아내의 나라를 알고 싶었어요. 이젠 처가식구들과 간단한 대화도 가능하답니다.”라며 웃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석한 덕분에 당당히 졸업생 대열에 올랐다.

전남 목포시 평생교육의 요람으로 불리는 제일정보고등학교에서도 적잖은 졸업생들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10일 졸업장을 받는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8호 강강술래 예능보유자 박종숙(57)씨는 진도에서 차를 세번이나 갈아타고 등교하는 열정을 보였다. 박씨는 순천 명신대 대학원에 진학한다. 인간문화재로 지정되면 140학점을 인정받아 대학교를 수료한 것으로 쳐주기 때문이다.

일찍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 밑에서 중학교를 졸업했던 공병열(49)씨도 고교 졸업장을 받는다. 자율방범대와 자율방재단 재난안전구조대원으로 20여년을 한결같이 봉사한 그는 전남 강진 성화대 항공전기전자학과에 합격했다. 안타까운 졸업장도 있다. 못 배운 한을 풀고자 중·고교 문을 두드렸던 조모(여), 명모(여)씨는 재학 중 숨져 명예 졸업장을 받게 됐다.

이경원·목포 최종필기자 leekw@seoul.co.kr
2011-02-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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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