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보면 부처가 보인다
이삿짐에는 그 집의 특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학자의 집에는 책이 많기 마련이고 미술가의 집에는 그림이 많을 수밖에 없다.세종시로 이사를 떠나는 각 부처 짐의 구성은 기본적으로 비슷하다. 물량의 99%가 사무집기와 행정기록물, 자료, 문서 등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나머지 1%에서 부처의 특징을 찾을 수 있다.
|
●국토부 ‘육해공 관할’ IT기기 많아
국토해양부의 이삿짐을 살펴보면 이 조직이 왜 ‘공룡’이라고 불리는지를 알 수 있다. 5t 트럭 665대의 이삿짐 규모가 다른 부처를 압도하는 것은 물론, 기록관실과 행정자료실의 문서 이동에만 32대의 트럭이 필요하다. 2008년 건설교통부와 해양수산부가 합쳐지면서 관할하는 업무도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보존해야 하는 기록도 늘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점은 국토부의 이삿짐에 의외로 첨단 정보통신기기들의 비중이 높다는 것. 이는 하늘과 바다, 땅을 모두 관할하기 위한 관제시스템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24시간 하늘과 바다, 도로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위성 정보를 받기 위한 시스템은 물론 전국 도로에 연결된 폐쇄회로(CC)TV 관제망도 이전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번에 과천시에서 세종시로 이전하는 관제 시스템 6개 중 3개가 국토부 소유물이다.
●재정부 ‘고가의 미술품’ 20여점 보유
기획재정부의 이삿짐에는 고가의 물건이 상당하다. 20여점의 미술품이 포함돼 있는데 모두 현대미술관으로부터 대여받은 것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비싼 물건인 만큼 운송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현대미술관 측에서 작품 관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달라고 부탁을 해 와 운송업체에 무진동 차량으로 작품들을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이삿짐에는 전기차가 눈에 띈다. 환경부가 보유한 전기차는 한 차례 충전으로 135㎞를 갈 수 있다. 과천 청사에서 세종 청사까지의 거리는 110㎞. 이 때문에 그냥 전기차를 몰고 가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중간에 충전소가 없어서 직접 몰고 가다가 전기가 떨어지면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이삿짐과 함께 보낼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