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부터 주민번호 무단수집 엄정 처분
정보공개청구를 할 때마다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는 행정자치부 방침에 대해 대통령 소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그동안 과도한 개인정보 침해라며 문제제기를 해 온 시민단체들은 5일 논평을 내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결정을 환영했다.‘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진보네트워크센터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최근 심의에서 “정보공개청구 절차에서 주민등록번호의 처리가 불가피하지 않다”고 결정했다. 특히 전자서명, 아이핀, 휴대전화 등 인증수단을 통해 청구인 혹은 이의신청인에 대한 본인확인을 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제3자에게 공개하지 않도록 본인확인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방문이나 팩스로 정보공개청구를 할 때도 청구서와 위임장, 이의신청서 등에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도록 하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규칙 등에 대해서도 “주민등록번호 처리는 불가피하지 않다”고 결정했다. 공공기관에 직접 출석해 청구서를 제출할 때는 신분증을 통해 본인확인이 가능하고 우편이나 팩스로 제출할 때도 청구인 본인확인을 할 수 없어 주민등록번호 자체가 필요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번 결정은 행자부가 정보공개 등 기록관리와 개인정보보호 등 각 정책을 제대로 조율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드러냈다. 행자부 안에서도 정보공개청구에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도록 한 부서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이 문제를 심의·의결해 줄 것을 요청한 부서가 서로 달랐다.
행자부 개인정보보호과는 이날 “법령상 근거가 없는 주민등록번호 수집 단속 및 처벌을 강화한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행자부는 “주민등록번호 수집법정주의 계도기간이 6일 종료됨에 따라 7일부터 불법적인 주민등록번호 수집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무단 수집행위를 엄정 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기에 정보공개포털은 해당되지 않는다.
행자부는 앞서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함께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수집·처리하는 공공기관과 각종 협회·단체 웹사이트 15만 8936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여 약 5800곳을 확인하고 시정조치한 바 있다. 내년 8월까지는 이미 수집한 주민등록번호를 파기하도록 했다.
진보네트워크센터 소속 신훈민 변호사는 “민간영역에서는 주민등록번호 처리가 적지 않게 제한되었으나 공공영역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여전히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령이 1000개가 넘는다”면서 “공공영역에서도 주민등록번호 처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2015-02-06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