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행복나눔’
“딱히 이유가 있나요?”, “에이, 창피하게 그런 걸 왜 물어봐요.”이럴 줄 알았다. 취재는 처음부터 벽에 부딪혔다. 교육부 동호회 ‘행복나눔’ 회원들에게 ‘봉사를 왜 하느냐’고 물었더니 예상 가능한 대답만 돌아왔다. 취재 전 동호회를 추천한 이로부터 ‘정확한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비밀단체 같은 동호회’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다. 다른 동호회는 이래서 재밌고 저래서 재밌다고 난리라는데, 이 동호회 회원들은 자기들 활동을 감추느라 급급하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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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가까이 급식봉사를 해 온 교육부 봉사동호회 ‘행복나눔’이 지역 어르신에게 식사를 전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
권 총무가 교육부에 들어온 것은 1985년. 당시 문교부 시절이었다. 여직원회 선배를 따라 봉사활동에 따라간 게 시작이었다. 장애인 시설과 고아원, 노인회관 등을 다니며 봉사했다. 당시 여직원회 회비는 월 3000원. 회비가 목돈이 됐다 싶으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도 했다. 여직원회의 이런 활동이 동호회 형태로 구성된 것은 교육과학기술부 시절이다. ‘교과부 봉사회’라는 명칭이었다.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로 분리됐지만 과천에서, 서울에서 봉사활동은 이어졌다.
교육부가 세종으로 내려간 이후인 2014년 상반기쯤 ‘행복나눔’이란 명칭의 동호회로 정식 출범했다. 권 총무는 이와 관련, “교육부 부침에 따라 정확하진 않지만, 여직원회 시작과 함께한 것을 따지면 그 역사가 족히 40년 이상인 셈”이라고 했다. 한 달에 2회 이상 봉사를 기본으로 얼추 4000회 이상 봉사활동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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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16일 조치원 노인복지센터에서 행복나눔 회원들이 봉사 의지를 다잡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
다른 동호회와 달리 교육부에서 정식으로 받는 지원금을 한 푼도 쓰지 않는다. 40년 전 여직원회 때처럼 월 회비 3000원으로 운영된다. 지난해 지원금 120만원도 봉사단체인 ‘밥드림’에 모두 지정기탁했다. 비밀단체처럼 조용히 활동하면서 운영은 아주 알짜로 하는 셈이다.
명맥이 길지만 재미를 추구하는 동호회가 아니어서 들고 나가는 이가 많다. 몸이 고되고, 국정감사나 각종 업무로 바쁠 때에는 봉사활동에 1~2명만 참석하는 등 어려움도 많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봉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도 힘 없어지고 기댈 나이가 될 거잖아요. 나도 노인이 될 테고. 그러니 힘 있을 때 더 열심히 봉사해야죠.”(남궁양숙 교육부 기자실 주무관)
“나를 위해서 살고 있지만, 다른 이들에게 나누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어요. 그걸 실천하는 뿌듯함이 큽니다. 앞으로 시간만 된다면 더 봉사하고 싶어요.”(조영석 유아교육과 사무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17-02-13 3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