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공무원 승진, 여기에 달렸다
국장(2급)·과장(4급)으로 승진하려면 역량평가는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관문이다. 삼수, 사수생도 적지 않아 먼저 합격한 동기, 선·후배 공무원으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는 스터디도 이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역량평가가 처음 시작된 건 2006년 상위직 관리자인 국장, 실장에 대한 인사관리를 하위직과 구분지어 통합관리하는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국내에 도입되면서부터다. 2009년부터는 일부 부처에서 과장급 승진에도 역량평가를 확산·적용해 오다가 2015년에는 아예 모든 부처에서 과장급 승진시 필수 관문으로 의무화했다. # 정해진 시간내 조직 갈등·업무 해법 제시해야오늘은 2018년 1월 26일입니다. 귀하는 미래국 미래경제부의 경제기획과 강명성 과장입니다. 귀하가 경제기획과로 부임한 지는 한 달이 되었으며, 내일부터는 1주일간 유럽 경제정책포럼에 참가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나게 됩니다. 현재 귀하의 과는 경제정책 업무를 담당하는 D사무관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휴양을 위해 6개월간 휴직을 신청한 상태이며, 업무에 대한 견해 차이로 인해 총괄계의 A사무관과 B사무관의 사이가 좋지 않아 총괄계 구성원들 간의 업무 협조에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 밖에 여러 결재 서류와 처리해야 할 이메일이 산적해 있으나, 1시간 후에는 국장님 주관하에 간부회의가 예정되어 있어 그 전에 모든 업무를 처리해야 합니다. 귀하는 주어진 시간 동안 제시된 자료들을 분석하여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에 대한 의견을 작성해야 합니다. 만약 직원들에게 업무 방향을 지시했다면, 해당 직원이 다시 귀하에게 문의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명확하게 작성해야 합니다.
# 국장급은 문제인식·전략적 사고 등 6가지 평가
과장급 역량평가에 쓰이는 ‘서류함기법’ 지시문 사례다. 실제로 과장이 됐을 때 당면할 만한 구체적 상황이 주어진다. 정해진 시간 안에 조직 내 갈등 상황은 물론 산적한 업무를 어떻게 해결 수 있는지 묻는다. 국장급 역량평가의 세부적인 평가요소를 보면 문제 인식, 전략적 사고, 성과 지향, 변화 관리, 고객 만족, 조정 통합 6가지다. 과장급은 정책 기획, 성과 관리, 조직 관리, 의사 소통, 이해 관계 조정, 동기 부여를 본다. 평가 기법은 서류함기법 외에도 개인발표, 역할수행, 집단토론이 사용된다. 평가 시간은 각각 과장급 역량평가는 4시간 30분, 국장급은 6시간으로 결코 짧지 않다. 피평가자 6명이 함께 들어간다. 평가위원 수도 과장급은 6명, 국장급은 9명이다. 전·현직 고위공무원, 경영·행정·심리 전공 교수, HR 전문가 등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한다.
역량평가는 한 번 떨어져도 재응시하는 데 횟수 제한은 없다. 연간 과장급 역량평가는 150회, 국장급은 70회가 치러지기 때문이다. 다만 과장급은 2회 이상 연속으로 통과하지 못할 경우 6개월간 재평가를 받을 수 없다. 국장급은 2회 떨어진 경우 6개월, 3회 이상 통과하지 못하면 1년간 재평가가 제한된다.
# 과장급 점심시간 없이 오후 1시 30분까지 진행
인사처 관계자는 “한 번에 철썩 붙는 경우도 있지만 삼수, 사수는 물론 7번 응시해 통과한 사례도 있다”며 “공식 통계를 내진 않지만 합격률이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인사처 관계자는 “가상 역할이라고 해서 과장되게 연기하듯 임하거나, 주위 조언을 받고 익혀 온 요령을 그대로 연기하려고 하면 오히려 감점을 받게 된다”며 “평가 대상 직위에서 요구되는 역량과 역할을 정확히 이해해 내 것으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2017-02-13 3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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