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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체험]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체납자 1만 5000명과의 전쟁

나랑 숨바꼭질 하겠다? 탈탈 털리게… 반드시 징수한다

입력 : 2017-07-23 22:38 | 수정 : 2017-07-23 23:35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대한민국 헌법 38조는 ‘납세의 의무’를 기술하고 있다. 국방의 의무를 규정한 39조보다 앞선다. 그만큼 건국 당시부터 세금 납부를 국가의 근간으로 여겼다. 하지만 서울만 해도 1000만원 이상 세금 미납자가 1만 5000명(체납액 6700억원)일 만큼 납세의 의무를 가볍게 여기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경제적 능력이 있음에도 세금을 내지 않는 이들을 찾아내 추징하는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직원들의 애환을 직접 들여다봤다.

지난달 20일 서울 서초구 악성 세금체납자의 빌라를 찾아간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직원들이 현금과 황금열쇠, 황금돼지, 기념주화 등을 압수해 정리해 놓았다.

# 38사기동대 마동석 숨은 모델과 가택 수색 나서다

지난달 20일 오전 7시. 38징수과 직원 네 명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에 있는 한 고급 타운하우스를 찾았다. 20년 가까이 지방세 1억 7300여만원을 내지 않고 버티는 건설사 대표 박정식(가명·67)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왜 이렇게 새벽같이 길을 나서느냐”고 묻자 베테랑 안승만 사무관은 “출근 등 사회활동을 시작하기 전이어서 체납자 대부분이 집에 있는 시간대이고 ‘공무원은 오전 9시 이후에 일한다’는 통념을 역이용하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2001년 서울시 38징수과 창립 당시부터 일해 온 그는 지난해 인기를 얻었던 TV 드라마 ‘38사기동대’에서 마동석이 연기한 세금징수과장 백성일의 숨은 모델이다.

이주열 조사관이 초인종을 누르고 “박정식씨 계십니까”라고 묻자 한 중년 여성이 조금 문을 열어 바깥을 살펴보고는 “그런 사람 없어요”라며 현관문을 걸어 잠궜다. 서울시와 체납자 간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가택 수색 중인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직원들이 경찰 입회하에 압류한 문서들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손형준 기자 boltagoo@seoul.co.kr

안 사무관이 “경찰 입회하에 열쇠수리공을 불러 문을 열겠다”고 소리쳤다. 뒤따라온 김진욱 조사관이 112에 신고해 경찰 출동을 요청했다. 5분쯤 지나 경찰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자 박씨 측은 더이상 버티는 게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듯 가정부를 보내 문을 열었다.

241㎡(약 73평) 규모의 집에는 위장이혼한 아내와 딸도 함께 살고 있었다. 조사관들은 박씨에게 가택 수색 목적을 설명한 뒤 집안 곳곳에 압류 스티커를 붙였다. 집안은 아내의 고성과 딸의 읍소 등이 뒤섞이며 금세 아수라장이 됐다.

박씨는 “회사가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난 뒤로 사채에 시달리다보니 세금을 내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박씨는 아내 명의로 돌려놓은 상도동의 5층짜리 빌딩(시가 30억원 이상)과 사당동의 85㎡짜리 아파트(7억원대)가 있었다. 지금 살고 있는 빌라(15억원 이상)도 아내 명의였다. 박씨는 거의 매년 가족과 해외 여행을 다녀왔고, 최근에는 아파트 분양 시행 계약에 따라 시공사로부터 현금 20억원도 받았다. 생활비 명목으로 시공사로부터 매달 3000만원도 받고 있었다. 거실에는 “남편의 경제적 무능 때문에 사는 게 힘들다”고 울부짖던 아내 이름으로 된 홀인원 트로피가 세 개나 있었다. 가장 최근 트로피는 불과 몇 달 전의 것이었다.

이날 징수팀은 현금과 황금거북, 명품가방 10여개, 다이아몬드 20여점 등 2000여만원 상당의 자산을 압류했다. 박씨는 현장에서 5000만원을 낸 뒤 잔금도 순차적으로 갚겠다고 약속했다.


류지영(왼쪽) 서울신문 기자가 김진욱 서울시 38세금징수과 조사관과 함께 가택 수색에서 압류한 다이아몬드 증서를 확인하고 있다.

# 첩보전 방불케 한 유명 방송인 집 찾기

오전 11시. 양천구 목동의 한 주택가 고층 빌딩을 찾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주석준(가명·62)씨가 2003년부터 내지 않은 지방세 4800만원을 받기 위해서다. 주씨는 종종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유명인이다.

주씨를 만나려고 10층 사무실을 찾았다. 하지만 그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전화 통화에서 주씨는 “지방에 내려와 있어 오후나 돼야 올라올 수 있다”고 넉살 좋게 말했다. 세금징수팀이 일정 문제 등으로 오래 머무르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 징수팀은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짐을 챙겼다. 그때였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던 징수팀의 눈에 주씨 사무실 옆 보습학원이 눈에 들어왔다. 학원 홍보 입간판 옆으로 장독대와 빨래 건조대가 보였다. 안 사무관은 직감적으로 “지금 이 학원에 누가 살고 있네”라고 소리쳤다. 은석희 조사관도 우편함을 뒤져 주씨와 주씨 아내 명의의 우편물을 찾아냈다. 주씨는 세금 납부 독촉을 피하고자 인테리어 사무실 건물 일부를 집으로 개조해 숨어 살고 있었다.

이 조사관은 주씨에게 다시 전화해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바로 들어오라”고 으름장을 놨다. 주씨가 10여분 만에 들어왔다. 주씨는 “사업이 어려워 세금을 낼 수 없으니 유예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집 안 개인 금고에는 5만원권이 2000만원 넘게 들어 있었다. 아내 명의로 된 마곡지구 토지 1200㎡(약 360평)와 이곳 상가 건물, 오피스텔만 해도 수십억원에 달했다. 조사관이 압류 스티커를 붙이자 주씨는 그제서야 “오늘 손주들이 집에 놀러오는데…”라며 백기를 들었다. 현장에서 1000만원을 내고 매월 300만원씩 갚기로 서약했다. 안 사무관은 할아버지로서 자존심을 지켜주고자 거실에 붙였던 스티커는 떼어냈다.

# 세금 회피 지능화될수록 징수 기법도 진화한다

오후 3시 30분. 예정대로면 세 번째 수색 장소에 가 있어야 하지만 앞서 두 곳에서 시간을 너무 쓴 탓에 이날 업무를 마치기로 했다. 시청에 돌아오니 오후 4시가 넘었다. 아침 7시부터 밥 한끼 먹지 못한 탓에 배고픔과 피곤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시청 주변 식당에서 ‘늦은 아침’을 시켰다. 김 조사관은 “고액 체납자와 수 싸움이 치열하다”면서 “세금회피 기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어 세금을 징수하기 위한 노력 또한 끊임없이 진화한다”고 강조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7-07-24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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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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