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이 내 삶의 詩인 것을
가난한 시골의 詩人 선생님을
꿈꾸었지만
학급 환경정리를 위해
시 한 편을 달라는 실장의 말에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시 한 편이 없어 못내 부끄러워
빈 교실 먼지 낀 책상 위에
그 부끄럼을 끄적인다.
괴로울 고 苦三 담임으로
입시지옥의 수문장처럼 버둥대면서
하루 종일 순종만을 강요하는
그런 선생이 되고 싶지는 않았는데
우리 반 아이들이 즐겁게
뛰노는 꿈이
악몽이 되는 요즈음의 나는
얼마나 또 어리석은 열심인지
그런데 아이들아
너희들이 졸리워 떨구는
그 안타까운 고갯짓이
하루에도 열두 번
절망과 희망을 반복하는
그 눈물겨운 삶의 무게도
세상 속의 나로 서기 위해
세상 속의 나로 꽃 피기 위해
가슴에 거름을 품어
아프게 움트는 것이기에
꽃 피기 직전에 내지르는
절절한 향기 같은 것이기에
그런 너희들을 일구는 내 사랑이
그런 너희들이 내 삶의 詩인 것을
난 무엇을 바라
또 다른 부끄럼을 끄적이겠니.
박현동 (경북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20회 공무원 문예대전 동상 수상작
2017-10-16 3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