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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도 못 푸는 들쑥날쑥 난이도… “흩어진 국가시험 통합 출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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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고시 변천사] 서울시 필기도 인사처가 출제… “공무원 채용 70주년, 변화 필요” 목소리

내년부터 공무원 임용시험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인사혁신처가 앞으로 서울시 지방공무원 임용시험도 맡아서 출제하기로 하면서다. 서울시 시험은 그동안 난이도 조절 실패는 물론 출제 오류 논란도 끊이지 않아 학원가에서 악명이 높았다. 인사처가 위탁 출제한다는 소식을 접한 공시생들은 “드디어 제자리를 찾았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공무원을 채용하는 근거인 ‘국가공무원법’은 1949년 제정돼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나라를 이끄는 동량을 가려 온 국가고시는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서 숱한 변화를 거쳤다. 이번 서울시 위탁 출제를 계기로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비슷한 과목을 여러 기관이 나눠 출제하고 있는 시험 관리 체계를 한 곳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서울시 필기시험 논란 어땠기에…

8일 정부와 지자체에 따르면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나뉘는 공무원시험은 주관하는 곳이 각각 다르다. 국가직은 인사처가, 지방직은 전국 17개 광역 시도가 채용 전반을 담당한다. 그러나 매해 필기시험 문제를 새로 만들어 출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대학교수 등 전문 출제위원을 섭외하고 이들이 낸 시험 문제의 난이도를 조절하거나 오류를 검증하는 체계를 갖추는 데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지자체들이 필기시험 문제를 인사처에 위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기관이 알아서 출제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흐름에도 서울시는 그동안 문제 유형이 다르다는 이유로 자체 출제를 고수했었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논란에 서울시도 결국 ‘백기’를 들었다.

지난해 서울시 7급 한국사 필기시험 7번 문항은 공시생들에게 허탈감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고려시대 서적 4개를 제작 연대순으로 배열하는 문제였다. 고금록(1284년), 제왕운기(1287년), 본조편년강목(1317년), 사략(1357년) 순이었다. 이 순서를 제대로 구분하려면 3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고금록과 제왕운기의 제작 시기를 정확하게 외우고 있어야 했다. 문화 유물의 제작 연대를 구분할 만한 정치·경제적으로 커다란 사건도 뚜렷하지 않았다. 당시 전한길 공단기 한국사 강사가 “가르치는 강사도, 대학교수도 맞힐 수 없는 문제”라고 꼬집은 동영상이 공시생 사이에서 널리 회자됐다.

2015년 서울시 7급 국어 19번 문항도 논란이 됐다. 윤동주 문학관(서울 종로)과 황순원 문학관(경기 양평), 한용운 심우장(서울 성북), 김수영 문학관(서울 도봉)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였다. 국어 과목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나 이해보다는 ‘서울시내를 얼마나 많이 돌아다녀 봤는지’ 묻는 문항에 공시생들은 혀를 내둘렀다.

●公기관 기출 미공개… 수험생 알권리 논란도

이는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공기관 상당수가 채용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면서 시험 문제의 품질 논란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공공기관이 민간에 채용을 위탁하면서 드는 비용은 1년에 최소 1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낮은 품질의 문제가 출제돼 공정성에 시비가 걸린다. 대부분 기관이 기출문제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수험생들의 알권리도 저해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국민은행은 시중 문제집에 나온 것과 동일한 문제를 내 논란을 빚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정보비대칭’ 문제와 관련된 사례를 제시하며 올바른 해결 방안을 찾는 문항이었다. 그런데 문제집에서 제시한 사례가 실제로 출제되면서 수험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코레일도 2017년 비슷한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 외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는 2017년 채용 공고와 아예 다른 범위에서 문제를 내면서 수험생들을 당황하게 했다. 한국전력 출자 기업인 한전KDN은 지난해 채용에서 사무직 시험에 기술직 시험지를 배부하는 어이없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당시 일부 수험생이 문제 제기를 했지만 시험감독관은 ‘문제가 없다’면서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사실관계를 확인한 감독관들이 “50문제 중 20문제가 다르니 24분을 더 주겠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수험생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과 수산자원관리공단은 각각 2017년과 2016년 합격자를 잘못 발표하면서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줬다. 공공기관이 시험 문제를 어디에 위탁하는지에 따라 출제 경향도 천차만별이다. 대행업체가 민간 기업인 만큼 업체와 수험생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인사처 “위탁 출제로 지방예산 年35억 절감”

청년들이 점점 공무원과 공공기관으로 몰리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나마 민간 부문보다는 채용 과정이 공정할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블라인드 채용’ 등 공정성을 시대정신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에 청년층이 지지를 보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공무원시험을 둘러싼 여건이 변화하고 있다. 공무원 채용 규모가 확대되면서 여기에 도전하는 사람도, 이를 관리하는 사람도 빠르게 느는 것이다. 인사처에 따르면 2002년 공무원시험 지원 인원은 17만 2000명에 그쳤지만, 지난해 25만 3000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공무원시험을 관리하는 인원도 1만 5637명에서 2만 8745명으로 확대됐다. 공무원시험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시험 문제 출제의 전문성이나 정답 공개, 이의 신청 등의 업무도 체계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공무원시험의 공정성을 담보하려면 무엇보다 전문성이 중요하지만, 국내 각 기관으로 분산된 공무원 채용 체계가 이를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 채용 시험 현황은 매우 복잡하다. 크게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나뉘는데 국가직은 5·7·9급 공채를 비롯해 총 12종 시험을 인사처가 출제하고 있다. 경찰청(경찰간부·순경), 기상청(기상직 7·9급), 환경부(환경직 7·9급), 우정사업본부(계리직) 등 10개 부처는 자체적으로 시험 문제를 내고 있다. 지방직은 과목별로 자체 출제와 위탁 출제를 병행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광역 시도와 교육청이 자체 출제하는 과목은 134과목, 인사처에 위탁 출제하는 과목은 88과목으로 비율은 6대4 정도다. 서울시를 제외한 16개 시도는 2008년, 17개 시도교육청은 올해부터 위탁했고 서울시는 내년부터다. 인사처에 따르면 위탁 출제로 연간 지방예산 35억원을 절감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공공기관은 대부분 민간에 채용을 위탁하는데 소규모 채용이 많아서 비용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시도 산하 공공기관은 채용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시도와 공공기관 통합 채용 방식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아예 국가와 지방, 공공기관 채용 전반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전문 기관의 필요성이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효율적인 시험 집행뿐만 아니라 채용과 관련된 연구도 집중적으로 진행할 수 있어 공무원시험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는 국가공무원시험을 전담으로 관리하는 조직인 시험과가 있다. 그 아래 시험전문관실을 운영하면서 상근직 국가공무원인 시험전문관이 시험 과목별로 전담해 책임지는 체계다. 지방공무원은 시험을 관리하는 재단법인 인사시험연구센터를 두고 지방과 공공기관 채용 시험을 위탁하고 있다. 대만은 총리급인 고시원 산하에 고시선발부를 운영, 국가 최고 시험 관장기관으로 전국의 채용행정 전체를 담당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아예 시험마다 별도의 ‘국’(局)을 설치해 책임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구조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2019-10-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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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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