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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들쭉날쭉·세제혜택 찔끔찔끔… ISA, 갈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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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서비스 업그레이드 1.0] <64> 빛 잃어가는 ISA 통장


정부가 저금리 시대에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목돈 만들기를 지원하기 위해 2016년 3월 도입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다. 한 계좌에 예적금은 물론 펀드와 파생결합증권(ELS·DLS)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담아 투자할 수 있고, 세금도 깎아 주는 절세 상품이어서 출시 당시 ‘재테크 만능통장’으로 불리며 인기몰이를 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가입자가 감소세이고 수익률도 들쭉날쭉이다. 정부가 서민 목돈 마련용 상품으로 설계했지만 처음부터 가입 대상 범위를 축소해 놓은 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4년간 경기가 안 좋을 때마다 가입 대상과 세제 혜택을 찔끔찔끔 늘려 생색내기용 정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가입 대상이 근로자와 자영업자, 농어민으로 한정돼 흥행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납입 한도도 연 2000만원씩 5년간 최대 1억원으로 4년째 묶여 있고 비과세 한도가 크지 않은데 5년 동안 의무 가입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과 여당,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ISA 가입 대상을 가정주부와 고령층 등으로 넓히고 비과세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두 차례 내렸고 내년에 한 차례 더 내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부동산으로 쏠리는 자금을 생산적인 금융시장으로 끌어오기 위해서라도 ISA 가입자 유치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세금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자·배당소득이나 부동산 임대소득을 비롯한 불로소득을 얻는 고소득자들에게 ISA 가입을 허용해 세금을 깎아 줄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ISA 가입자는 2016년 3월 기준 120만 4225명에서 같은 해 말 239만 788명으로 급증한 뒤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7년 말 211만 9961명에서 지난해 말 215만 3764명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지난달 말 210만 682명으로 다시 줄었다. ISA 가입액은 2016년 3월 말 6605억원에서 같은 해 말 3조 4116억원으로 9개월 새 5.2배로 급성장했지만 2017년 말 4조 2287억원, 지난해 말 5조 6092억원, 지난 10월 말 6조 2579억원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9488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ISA는 말 그대로 개인이 종합적으로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계좌다. 시장 상황에 맞춰 계좌 안에 금융상품들을 자유롭게 넣고 뺄 수 있다. 기재부가 2015년 세법 개정안에서 ISA 도입안을 내놓은 이유는 당시 한국의 가계 금융자산 비율이 26.8%로 미국(70.7%)과 일본(60.1%), 영국(49.6%) 등 선진국보다 크게 낮아 금융자산 형성을 위한 새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서였다.

문제는 제한적인 가입 대상과 세제 혜택이다. 2016년 ISA 도입 당시 가입 대상을 직전 연도나 그해에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는 근로자와 자영업자로 한정했다. 세제 혜택은 ISA 안에 담은 상품에서 발생하는 수익과 손실을 합친 순소득이 만기 인출할 때 200만원 이하면 비과세하고 200만원 초과분에는 9%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연봉 5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자영업자는 순소득 25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줬다. ISA에 넣을 수 있는 돈은 연 2000만원이며 5년이라는 의무 가입 기간도 뒀다. 청년(15~29세)이나 연봉 5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자영업자의 경우 의무 가입 기간을 3년으로 줄여줬다.

기재부는 그동안 ISA의 가입 대상과 세제 혜택을 조금씩 늘려 왔다. 지난해부터 연봉 5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 자영업자, 농어민에 대한 비과세 한도액을 400만원으로 올렸다. 올해부터는 직전 연도와 그해뿐만 아니라 직전 3개 연도 중 한 해라도 소득이 있는 근로자와 자영업자라면 ISA 가입을 허용했다. 올해 세법개정안에는 노후연금 활성화 방안의 하나로 내년부터 ISA 계좌 만기 금액을 연금계좌에 넣을 수 있도록 하고 이 금액에 연말정산 연금저축 세액공제를 받게 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여전히 ISA의 가입 대상 범위가 좁고 세제 혜택도 약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저금리 상황에서는 ISA를 비롯한 금융상품에 자금이 흘러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부동산을 비롯한 실물자산과 금융상품은 근로자와 자영업자 외에 가정주부와 고령층도 많이 투자하는데 기재부는 ISA를 직장인과 사업자만 가입하라고 한다. ISA 가입 대상 확대는 금융위의 숙원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ISA 가입 대상 확대를 외치는 또 다른 근거는 해외 사례다. 영국은 가입 대상에 소득 관련 요건이 없다. 예금형은 16세, 증권형은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일본도 20세 이상이라는 연령 요건 외에는 가입 요건을 두지 않았다. 캐나다에서도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ISA 가입이 가능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소득은 물론 나이도 따지지 않는다. 영국과 일본, 캐나다, 남아공은 비과세 한도도 없다.

더불어민주당도 ISA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자본시장 활성화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ISA를 ‘국민자산관리계좌’(KoLIA·Korea Lifetime Investment Account)로 재설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ISA에 연령과 소득 제한을 두지 않고 결혼이나 육아, 내집 마련 등 목돈이 필요한 목적별로 계좌를 만들게 하는 방식이다. 18세 미만 미성년자 대상 ‘주니어 ISA’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납입 한도는 연 2000만원으로 유지하되 수익금 전액 비과세로 세제 혜택도 강화하는 방안이다.

금융당국과 여당은 기재부와 계속 협의를 진행 중이지만 기재부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근로자나 자영업자가 아닌 불로소득자에게도 ISA로 세제 혜택을 줘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이미 여당 측에 ISA 가입 대상과 세제 혜택을 과도하게 확대하는 건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와 관련해 기재부 안에서 검토하는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ISA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부 교수는 “ISA 가입자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1인당 평균 가입액이 지난 10월 말 기준으로 298만원밖에 안 된다. 정부가 정한 연간 납입 한도액 2000만원에 크게 못 미치는데 ISA에 가입할 유인이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고소득자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일까 봐 눈치를 보고 있는데, 가입 대상과 세제 혜택을 늘려야 부동산으로 쏠리는 자금이 금융시장으로 들어올 수 있다. 기재부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ISA 흥행 실패에는 이를 운용하는 은행과 증권사의 탓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금융사들이 ISA 수익률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상품 설계와 운용을 잘해야 하는데 수익률이 시장 상황에 따라 요동치니 누가 투자하겠나”라면서 “저금리 상황에서 예적금보다 높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는 ISA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ISA 가입 대상과 세제 혜택 확대는 필요하지만 그 효과부터 면밀히 따져 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정지만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한 금융상품에 세제 혜택을 새로 주거나 늘리면 그 상품을 통한 저축은 늘어나더라도 다른 저축 상품에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일 뿐 금융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고 더 저축하는 건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많다”며 “현행 ISA는 가입 대상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가입 대상을 확대한다고 과연 추가로 저축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지, 그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계산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9-12-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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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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