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인사이드] “계약직 절반 넘어 고용 불안… 대부분 나홀로 업무”
지자체마다 1~2명… 많으면 10명 안팎배치 법 규정없어 처우·지위 제각각
일반 행정직이 담당 전문성 인식 부족
“문화재 비례해 학예인력 배치” 주장
조계종·문화재청 “법령 개정위해 노력” 대대로 이어져 온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활용 가치를 높이는 문화재 행정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선 현장에서 정책을 실행하는 전문 학예연구 인력에 대한 인식과 처우는 여전히 낮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지방자치단체에서 문화재·박물관 업무를 담당하는 학예연구직 공무원 연합단체인 전국학예연구회가 최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본격적인 단체행동에 나섰다. 연구회는 지자체 학예연구직의 위상 제고와 제도 개선을 목적으로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연구회에 따르면 현재 지자체 학예연구직은 1000여명이다. 지자체마다 1~2명, 많아야 10명 안팎에 불과하다. 게다가 계약직 비율이 절반이 넘는 등 다른 연구 직렬보다 높아 만성적인 고용 불안에 시달린다고 지적한다.
연구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이서현 학예연구사(용인시)는 “지자체 학예연구사는 문화재청의 매장문화재 행정, 보수공사, 발굴, 활용사업, 천연기념물 동식물 관리 등 문화재와 관련한 모든 업무를 나 홀로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소연했다. 더욱이 “아예 학예연구사가 한 명도 없이 일반 행정직 등 다른 직렬이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는 지자체도 있을 정도로 학예연구직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지자체 학예연구직 인력이 지역별로 제각각인 이유는 관계법령이 미비한 탓이 크다. 현재 학예연구직 배치에 관한 법은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제6조’로, 지자체에 등록된 공립박물관은 학예연구사를 1명 이상 두게 돼 있다. 하지만 지자체 문화재 업무 학예연구사 배치에 관한 법 규정은 따로 없다 보니 지자체장의 관심과 의지에 따라 학예연구사 지위와 처우가 천차만별이라는 게 연구회의 주장이다.
연구회장인 엄원식 학예연구사(문경시)는 “문화재 업무에 학예연구직 전문인력을 법정 배치할 수 있도록 문화재보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서관법에 규정된 사서직 배치 기준과 도서관 면적, 장서 수량에 따른 추가 인력 확보 조항처럼 지자체의 지정문화재 수량과 매장문화재 면적 등에 비례해 학예 인력을 늘릴 수 있게 문화재보호법에 기준을 마련하고, 공립박물관 관장에 학예연구직을 배치하도록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을 바꿀 것을 주장했다. 1999년부터 학예연구사로 일해온 그는 “지금은 인원이 늘어 사정이 나아졌지만, 한때는 문화예술, 전통행사 등 30여개 업무를 맡아 한 적도 있었다”면서 “지역학 연구와 문화재 보존이라는 학예연구직 고유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2020-10-20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