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장병들의 국가현안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시사안보 교육”이라며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와 시민단체 일각에선 한·미 FTA가 안보문제와는 연관이 적은 사안인 데다, 국회비준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첨예한 정치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11일 국방부에 따르면 최근 정책홍보본부 산하 정책기획관실이 한·미 FTA에 대한 장병 정신교육을 지시하는 공문을 각 군에 하달했다.
이에 따라 일선 부대에서는 ‘정신교육의 날’인 25일 재정경제부 홍보자료 등을 토대로 정훈기획관실이 작성한 교안으로 일제히 ‘FTA 정신교육’을 실시한다.
정훈기획관실 관계자는 “최대한 객관적 사실을 중심으로 교안을 만들어 시비가 없게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훈기획관실이 밝힌 교안계획은 ▲한·미 FTA의 필요성 ▲기대되는 효과 등 사실상 일방적 찬성논리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정치적으로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 사안에 대해 정신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정부측 논리를 주입하겠다는 것은 정치적 중립성 훼손 시비를 부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법무법인 덕수의 송호창 변호사는 “국방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폐쇄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장병들에게 선택된 정보만을 제공한다는 것은 국민의 정치적 선택권을 제한하려는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공문을 하달한 정책기획관실 관계자는 “한·미 FTA는 국가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이슈일 뿐 정치적 쟁점이라고는 판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국회 비준을 전후해 한 차례 더 ‘FTA 정신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