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임 다했습니다” 불출마하는 4선 고재득 성동구청장
“이제 말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당연한 유력 선거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자 자기 입으로 명확히 선을 그어야겠다고 여긴 듯하다. “앞선 출마도 당인(黨人)으로서의 의무이자 도리였습니다. 다행히 무탈하게 소임을 마쳤으나 당명(黨命)을 받드는 의무나 도리는 한 번이면 족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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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득 성동구청장 |
“이제 하는 말이지만 이미 지난해 초 당에다 ‘난 안 나가니까 너희들이 알아서 잘 준비하라’고 말해 뒀습니다. 정치나 행정하는 사람들은 나 아니면 안 된다 생각하기 쉽지만 돌이켜 보면 그들 없이도 잘만 됐지 않습니까.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비켜 주면 알아서들 하게 돼 있습니다. 그렇게 믿습니다.”
최다선으로서 구청장을 꿈꾸는 이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은 없을까. “서울이라는 전체 덩어리에서 사실 자치구는 큰 특색이 없습니다. 인구, 면적, 예산이 다 고만고만합니다. 그렇다면 주어진 여건에서의 선택과 집중입니다. 단, 정말 도움이 절실한 곳으로 먼저 가야 합니다. 서울이 전체적으로 잘돼야 지역도 잘됩니다. 꼭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 부분에 대한 자부심은 강하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구민들에게 내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힘주어 강조했다. 하지만 그간 구청장으로서의 삶을 되돌이켜 볼 때 미처 해내지 못한 일 하나가 아른거린다. 열심히 추진하던 독서당 사업이다. 유망한 관료에게 2~3년간 책만 읽을 수 있도록 해 준 조선 때 제도를 되살리자는 것이다.
“구민들에겐 잘했지만 우리 직원들에 대해서는 아쉽습니다. 이제 우리가 솔직하게 논의해 봐야 합니다. 공무원이니까 무조건 참으라고 요구할 수만은 없는 노릇입니다. 10년, 20년 성실하게 일한 공무원들에게 몇 달에 걸쳐 재충전 기회를 주는 걸로 접근법을 달리 해보자는 겁니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서울시에도 섭섭하다. 패러다임 변화를 몰라 줘서다.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여유를 통해 다시 한번 에너지를 축적할 때가 필요하고, 그게 결국 대국민 봉사의 질을 한층 더 높이는 결과를 낳을 겁니다.” 16년간 구청장으로 재임하며 가장 아쉬웠던 점이라 했다.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2014-02-2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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