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호텔’ 사실상 무산 안팎
지난달 정부는 학교 근처에도 호텔을 세울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규제개혁을 선언했다. 하지만 건축 허가라는 규제가 남아 있다. ‘재벌 특혜’라고 비판하는 규제보다 무서운 규제, 여론도 버티고 있다. 규제를 풀면 다 해결될 것 같지만 규제는 사슬처럼 얽혀 있다. 기업 등 목표를 둔 규제개혁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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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학교보건법에 따르면 관광호텔을 비롯한 숙박시설은 절대정화구역인 ‘학교 주변 50m 이내’에 지을 수 없고, 50~200m 이내인 상대정화구역에 대해서는 관할 교육청이 재량에 따라 설립 여부를 결정한다. 대한항공 부지의 40%가량은 절대정화구역에 있어 이곳에는 호텔을 지을 수 없다.
정부는 늘어나는 호텔 수요를 고려해 규제를 풀겠다는 취지다. 또 야당에서 모텔을 비롯해 러브호텔, 게임장, 유흥주점 등의 유해시설까지 관광호텔과 함께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자 100실 이상의 호텔만 건축이 가능하며 건축 후에도 유해시설이 들어오면 호텔 허가를 바로 취소키로 했지만 협의는 여전히 난항이다.
야권은 학생들의 학습권 등을 이유로 법안 통과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측 간사인 유기홍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는 6일 “학교 정화구역 관련 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재도 학교 주변에 유해시설이 많다”면서 “대통령이 호텔을 짓기 위해 규정을 완화해 달라는 것은 특정 대기업을 위해 호텔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결국 정부는 이달 호텔정화위원회의 관광호텔업 심의 절차를 개정키로 했다. 하지만 도시계획 승인과 사업계획 승인 등을 내줄 지방자치단체는 동상이몽이다. 업계 관계자는 “종로구청은 구청 자리로, 서울시는 복합문화단지로, 출판계는 ‘책의 전당’으로 만들자고 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지는 매입가 2800억원에서 약 1500억원 정도가 오른 상태다. 정부가 수용해 다른 용도로 개발하기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다만, 종로구청에 따르면 이곳은 주거용지이지만 관광진흥법에 따라 토지 용도에 관계없이 호텔을 지을 수 있다.
재벌 특혜라는 비난 여론도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송의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로 규제 완화는 큰 것들이 대기업 특혜로 돌아가는 경향이 있다”면서 “규제가 워낙 많아 규제개혁은 기업의 건의로 시작되기 마련이지만 이후에는 형평성과 타당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부지 주변에는 경복궁과 창덕궁, 인사동, 북촌 등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가 위치해 서울 중심 문화 지역을 벨트로 묶는 문화 랜드마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정부가 합리적으로 규제를 풀어주기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2014-04-07 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