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처 방화 통계로 본 사회병리
최근 34년 사이에 일어난 방화를 원인별로 보면 가정불화가 11.77%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불만해소 6.10%, 싸움 5.11%, 비관자살 4.83%, 정신이상 4.44% 순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사회병리 현상을 오롯이 보여 준다.먼저 1996년까지 8대 원인에 주벽(酒癖)이 꼽힌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당시 불확실한 정치·경제 상황 등 날로 급변하는 사회적 환경에 따른 삐뚤어진 음주문화를 상징한다. 1만 7454건 가운데 주벽에 의한 방화는 15년 동안 1131건으로, 가정불화 3791건, 싸움 1944건, 비관자살 1717건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정신이상에 의한 방화(1054건)보다 많았다. 1997년부터는 불만해소가 주벽을 대체한 양상이다. 이후 올해까지 19년 사이에 불만해소를 겨냥한 방화는 4115건으로, 가정불화(4074건)를 제쳤다. 상대만 달라졌을 뿐 사회병리를 방증하는 대목이다.
방화에 따른 인적 피해는 14개 요인별로 나눠 집계한 2007년부터 9년 사이에 사망 645명, 부상 1953명이다. 어떤 내용이든 불만을 해소하려는 욕심으로 저지른 방화에 의한 사망이 198명(30.69%)으로 1위를 달린다. 비관자살 시도에 따른 사망도 98명이다. 재산 피해는 사회에 대한 반감 때문에 저지른 게 109건에 106억여원으로 가장 많았다. 1건당 1억원에 가깝다. 비관자살(569건)에 의한 방화가 83억 5400여만원, 가정불화(1161건)에 의한 방화가 52억 3500여만원을 기록했다. 각각 건당 1459만원, 448만원이다. 정신이상(610건) 31억 4500여만원, 싸움(423건) 27억 2000여만원, 불만해소(900건) 34억 4900여만원이다.
특히 보험 사기를 노린 방화는 14건, 10억 7500여만원에 이르러 경종을 울린다. 연간 많아야 2~3건에 지나지 않지만 새롭게 두드러진 사회병리 현상이다. 1985년 통계에서는 방화 455건 중 1건이 보험 사기를 노린 것이었다. 당시 화재정보자료관은 “공장주가 보험금을 노려 불을 냈다”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무언가 손해를 입은 데 대해 보복하려는 방화가 155건에 재산 피해 21억 5700여만원, 범죄를 은폐하려는 방화가 234건에 재산 피해 14억 1000여만원, 채권·채무로 앙심을 품은 방화가 112건에 16억 7300여만원의 재산 피해를 낳았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분노를 이겨 견뎌내는 데엔 5분만 인내하면 된다고 한다”며 “재산뿐 아니라 소중한 생명을 뺏는 방화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한수 기자 onekor@seoul.co.kr
2015-04-22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