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물 배분 재조정… 물 갈등 해소·상생 유도
한정된 수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위해 수계(水系) 간 통합 물 관리(IWRM)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계는 지표의 물이 모여서 같은 물줄기를 이루는 계통을 의미한다. 통합 물 관리는 유역 간 물을 적절히 배분하는 사업이다. 지역 간 고질적인 물 갈등을 해소하고 상생 발전을 유도하는 첫 단추이기도 하다.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올해 영산강·섬진강 수계를 시작으로 통합 물 관리 사업을 본격적으로 실시한 뒤 다른 수계로 확산하기로 했다.
|
물 배분의 재조정은 한정된 수자원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고 물 부족으로 소외된 지역의 물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사업이다. 기후변화에 안전하게 대응하고 시설물 안전성 확보에도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지역 간 갈등을 염려해 본격적인 물 배분을 통한 수계 통합관리에 소극적이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영산강 수계는 하루 18만㎥의 물이 남아 돌지만 섬진강 수계는 5만 8000㎥가 부족해 고질적인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지역개발 여건 변화 등으로 댐 건설 당시 예상했던 물 수요량이 줄어들었거나 댐 저수량이 예상과 달리 나타났기 때문이다.
장흥댐의 물을 유역 변경으로 전남 서부로 보내고 주암댐에서 서부 지역으로 공급하는 물을 대신 여수·광양 쪽으로 보내는 재배분이 이뤄지면 광양만 일대 산업단지의 물 부족을 해결하고 내서댐 건설에 들어가는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낙동강 유역에서는 대구·경북 지역 취수원 이전 문제를 놓고 장기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대구·경북 지역 주민들은 현재 낙동강 본류 강정고령보에 있는 취수장을 상류로 옮기는 게 숙원 과제다. 구미공단 등 상류 지역의 도시화로 중하류 지역 수질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울산·경산 지역은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취수원을 추가할 계획이었지만,암각화 보호 문제가 대두되면서 수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없게 됐다. 영양댐 건설도 반대에 부딪혀 물 부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때문에 강정고령보 취수장을 구미 상류로 옮겨 설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하루 68만㎥의 깨끗한 물을 확보하는 동시에 울산·경산 지역 물 부족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구미 지역에서는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취수장이 상류로 올라올 경우 구미지역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각종 개발에 규제를 받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K-water는 구미 지역 현안사업을 지원하고 대구 지역 물 여유분을 울산 지역으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양댐 건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댐 규모 조정도 고려 중이다.
금강수계도 물 배분이 필요하다. 현재 금강 수계에 설치된 댐은 용담댐, 대청댐, 보령댐이다. 금강 상류인 전북지역은 여유분이 하루 78만㎥에 이른다. 반면 하류 충청지역은 74만㎥가 부족하다. 충청 서부권, 대전 주변 개발 확대 등으로 물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청댐 상류에 있는 용담댐의 수량을 적절히 배분하면 이 지역 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용담댐 물은 하류 대청댐으로 보내는 동시에 유역 변경으로 전북으로도 보낸다. 댐 건설 당시는 전북으로 보내는 물을 하루 135만㎥로 계획했다. 하지만 새만금개발 축소 등으로 하루 소요량이 57만㎥이면 충분한 것으로 나왔다. 따라서 전북권 여유분을 대청댐으로 흘려보내면 금강수계 물 부족이 해결된다. 또 청양에서 금강으로 흐르는 지천에 댐을 건설하려던 당초 계획도 취소해 예산도 절감하고 주민 갈등도 피할 수 있다.
K-water가 추진하는 통합 물 관리가 이뤄지면 우리나라는 연간 19억㎥의 물을 추가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3억㎥의 홍수조절 효과도 얻는다. 영주댐 9개를 새로 건설하는 비용에 해당하는 10조원의 부가가치가 따라온다. 메말라 가고 있는 하류 하천의 환경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최계운 K-water사장은 “물 정보는 통합 관리하고 정확하고 유용한 물 정보를 수요자가 쉽게 접근하도록 제공해야 한다”며 “섬진강 수계부터 통합 물 관리 사업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