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것을 ‘저장강박장애’라고 한다. 물건을 버릴지 결정하는 능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손상된 사람은 물건을 버리지 못한다고 한다. 고용노동부는 지금 인사 시즌이라 전국이 들썩인다. 어떤 이는 ‘희망하는 부서로 가게 됐다’고 좋아하지만 어떤 이는 ‘연고도 없는 멀고 먼 곳으로 가게 됐다’고 한숨을 쉬기도 한다. 그런데 개인 물품을 정리하다 “혹시 나도 저장강박장애?”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서랍 안에는 차마 버리지 못하고 그동안 쌓아둔 추억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작은 메모, 업무용 수첩, 민원인에게 받은 친절 카드, 신문 스크랩, 교육 수료증 등등. 아마도 전국의 많은 이들이 오늘 이렇게 ‘저장강박장애’와 ‘추억팔이’의 중간 즈음에서 공무원의 희로애락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서은혜 명예기자(고용노동부 청주지청 주무관)
2017-02-20 3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