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갈 것들이 다 건너갔다는 건가
건너올 것들이 이제는 없다는 건가
강물이 얼음 다리를 풀고 있다.
올겨울이 혹독했던 건
튼튼한 다리가 필요했기 때문일 테지
미지의 대륙을 찾아가는 순록의 떼나
봄처럼 쓸쓸한 것들의 귀환이거나
아니면
신(神)들의 적막한 행군이
있었을지도 몰라
별도 없는 밤
그 발자국들이 새벽까지 건너는 소리를
잠결에라도 들은 사람은
더이상 외롭지 않아도 될 거야.
얼음 다리는 풀어지고
띠를 이룬 피라미들은 살이 통통하고
지붕이 날아간 집들이
다시 사랑을 시작하면
강물은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흘러가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우리는 강둑을 걷자.
차재연 (방산초등학교 교사)
20회 공무원문예대전 입선 수상작
2017-11-13 3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