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예산 전액삭감 이후
저소득층 청소년들의 교육·문화공간 ‘청소년공부방’이 사라지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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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역 내 공부방은 8개 구·군에서 모두 18곳이 운영되고 있었으나, 올 들어 7곳이 국비 지원금 삭감에 따른 운영비 부족으로 문을 닫았다. 경북도의 경우도 30곳 중 7곳이 같은 이유로 폐쇄됐다. 국비 대신 해당 기초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어렵게 운영 중인 공부방도 형편이 어려워 조만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해 대구는 국비와 시비를 포함해 2억 4900만원, 경북은 2억 3000만원이 지원됐다. 대구 달서구는 6곳의 공부방 가운데 4곳이 문을 닫았다. 신당동공부방과 월성육영학사 등 2곳만이 달서구 자체 지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전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문을 열고 있는 월성육영학사는 1층과 2층에 책상 85개를 갖추고 있다. 하루에 조손과 편부, 편모 등 가정 형편이 어려운 청소년 70여명이 이용하고 있다. 3명의 자원봉사자에다 전기료, 기름값, 간식비 등을 대기에는 구청 지원비로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달서구청에서 청소년 공부방 업무를 담당하는 석경선(41·여)씨는 “정부 지원금이 중단됨에 따라 올해부터 구청 예산을 대폭 올려 5000만원을 반영, 2곳에 나눠 지원해 주고 있다.”면서 “그러나 구의 살림도 어려워 내년부터 이 예산이 그대로 반영될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걱정했다.
현재 공부방을 이용하고 있는 김모(16)군은 “공부방은 친구들과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는데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사정은 경북도 마찬가지다. 특히 1곳뿐인 공부방이 문을 닫은 울진, 봉화, 군위, 울릉군 등의 경우 청소년들이 방과 후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실정이다. 시·군 공부방 대신 경북이 자체 공부방 28곳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원금은 한 곳당 700만원에 불과하다.
경북도 관계자는 “지역 주민들이 공부방을 선호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부지원이 끊기는 바람에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2011-02-24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