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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장 25시]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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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간 개소·5000개 노인 일자리… ‘창조도시’ 발돋움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지난 27일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은 긴 외투를 입고 구청사를 나섰다. 행사와 현장 방문이 많은 날이다. 2002년부터 따지면 세 번째 남구청장직을 맡은 박 구청장은 아주 노련한 행정가이지만, ‘긴급조치 9호 세대’로 민청련 초대의장이었던 김근태 전 국회의원에 이어 1988년 민청련 2대 의장을 지내며 젊은 시절에 민주화에 헌신했다.


박우섭(가운데) 인천 남구청장이 지난 27일 오후 1시 20분 학익2동 공원조성 현장을 찾아 개선 사항 등을 지시하고 있다.
인천 남구 제공

오전 10시 40분 시민회관공원 옆에 설립된 ‘틈문화창작지대’에 들어서니 뮤지컬과 영상을 합성한 ‘미추홀(인천의 옛 이름)에서 온 남자’가 공연되고 있었다. 개소식을 겸한 첫 공연에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남구를 비롯한 구도심지역에서 전시·공연·문화교육 등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종합공간이라 예술인들의 관심은 지대했다.

서울대 연극반 출신으로 ‘연우무대’ 창단 멤버이기도 한 박 구청장은 예술문화에 관심이 많다. 그는 “창조도시를 지향하지만 시민들이 문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늘 미안했다”면서 “모두가 주인정신을 갖고 문화창조인으로서 역할을 다해달라”고 부탁했다. 대학 연극동아리 출신인 이지영(21)씨는 “재주와 끼를 발산할 좋은 시설이 생겨 마음껏 활용할 계획”이라며 생기 있게 말했다.

이어 오전 11시 30분 박 구청장은 치매노인들의 송년회가 열리는 남구치매센터로 달려갔다. 무대에서 20여명이 치어리더 응원가를 부르는데 ‘치매’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발음과 동작이 정확하다. 연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은 뒤 손뼉으로 장단을 맞추던 박 구청장은 이내 무대 위로 불려 올려졌다. ‘아빠의 청춘’을 불렀는데 박자와 음정이 영 아니다. 자신도 알고 있는지 “제 노래 실력보다 어르신들 연주가 더 뛰어나다. 내년에 누가 더 늘었는지 보겠다”고 말하자 노인들은 큰 박수로 호응한다. 이어 한 할머니가 올라와 노래를 부르자 박 구청장은 바로 옆에서 손을 잡고 발 율동까지 동원해 흥을 돋운다.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송해가 따로 없다. 이를 지켜보던 임숙희(78) 할머니는“언제 봐도 우리 구청장이 최고 짱”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박 구청장은 “어르신들이 집에 계시는 것보다 밖에서 활동하면 상태가 훨씬 더 좋아진다”면서 “노인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남구는 5000개의 노인일자리를 창출해 노인인구 대비 일자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 “관내에 있는 청운대에 카페를 설치해 노인들에게 일을 맡겼는데 애초 학생들이 싫어할지 모른다는 우려와는 달리 잘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박 구청장은 아파트단지 내 택배, 주차관리 등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이 꽤 많다고 설명했다.

박 구청장은 낮 12시 30분 학생원탁토론회가 열리는 용현중학교를 찾아갔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열린 토론회는 8명씩 28개 원탁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수학여행 재개, 매점 설치, 운동기구 증설 등 다양한 주제가 논의됐다. 학교 측의 요청으로 단상에 오른 박 구청장은 “착한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물은 뒤 “신뢰가 있고 협력을 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그런 남자가 되길 바랍니다”라며 연설을 끝냈다. 으레 길게 하는 연설에 익숙해 있는 학생들은 ‘뜻밖의’ 짧은 연설에 우레 같은 박수를 보낸다. 이날 하루 지켜본 박 구청장 스피치의 특성은 ‘간결’과 ‘비유’였다.

박 구청청과 기자는 학교 구내식당에서 ‘예정에 없던’ 점심을 먹고 오후 1시 20분 학익2동 공원조성 현장을 찾았다. 고지대에 있는 빈집 3채를 사들여 257㎡의 미니 공원을 조성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공원이 한 개쯤은 꼭 있어야 할 것 같은 환경이다. 박 구청장은 설계도를 훑어본 뒤 “우리 구는 녹지가 크게 부족하다”면서 “파고라나 특수포장 등 인공시설을 가급적 줄이고, 동선을 제외한 공간에는 녹지를 최대한 확보하라”고 담당 팀장에게 지시했다.

인천장애인부모회가 개최하는 바자회를 찾았을 때가 오후 1시 50분이다. 행사장은 이웃한 남동구 관할이지만 박 구청장은 개의치 않았다. 박 구청장은 장애인들이 만든 된장과 고추장을 1만 3000원에 산 뒤 장애인 부모들을 위로한다. 계양구에서 왔다는 박모(48·여)씨는 “우리 지역 구청장은 아니지만, 평소 장애인 정책과 지원을 적극적으로 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2시 40분 ‘남구노인문화센터 송년회’가 벌어지는 한 웨딩홀을 찾으니 제대로 놀이판이 펼쳐져 있었다. 노인 난타동아리 회원들이 ‘아파트’ 노래에 맞춰 북을 치니 좌중 곳곳에서 노인들이 일어나 춤을 춘다. 금빛 나비넥타이와 조끼로 한껏 멋을 낸 노인들도 있다. 사회자가 “방금 동남아 순회공연을 마치고 온 남구의 명가수”라고 박 구청장을 소개하자 그는 단숨에 무대로 올라가 춤과 함께 ‘커피 한 잔’을 씩씩하게 불러댔다. 율동 역시 노래하고는 따로 논다. 그런데도 여기저기서 ‘앙코르’가 쏟아진다. 박 구청장은 “앙코르는 내년에 하겠다”면서 행사장을 빠져나간다. 식순을 보니 구청장은 ‘축사’가 아니고 ‘초청공연’을 위해 초대됐다.

오후 3시 20분 문학산 자락 마을. 인천경기기자협회 회원들이 서민들 집에 연탄을 날라주고자 줄을 형성하고 있었다. 박 구청장은 줄 맨 앞에 끼어들더니 “구청장은 별거 다 합니다”라며 웃는다.

이어 오후 4시부터 인하대 6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인천의 역사, 문화 그리고 관광’. 인천에서 내로라하는 사람과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인 세미나라서 그런지 분위기가 장엄하다. 계속된 강행군 탓인지 박 구청장은 조금 피곤해 보였다. 박 구청장은 이런 분위기보다 주민들과 부대끼며 작은 변화를 만들어가는 소박한 행정이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학준 기자 kimhj@seoul.co.kr
2015-12-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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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