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한국전력공사, 한국동서발전과 공동으로 3년간 50억원을 투입해 바닷물로 전기를 생산·저장할 수 있는 해수전지 상용화 연구를 시작한다고 31일 밝혔다.
이 전지는 현재 스마트폰과 전지자동차 등에 가장 많이 쓰이는 리튬이온전지보다 생산 비용이 50% 이상 저렴하고, 열 제어가 자체적으로 가능해 폭발의 위험성이 낮다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특히 물과 소금만 있으면 작동해 가정과 산업체의 에너지 저장장치(ESS)로 활용할 수 있다. 또 대형 선박과 잠수함, 원자력 발전소의 비상 전원 장치에 적용할 수 있다.
해수전지가 전기를 생산·저장하는 원리는 바닷물의 나트륨 이온이 리튬 이온과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어서 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수전지는 충전할 때 바닷물의 나트륨 이온을 추출해 음극으로 저장했다가, 방전 시 물을 양극 삼아 이 둘을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한다.
하지만, 해수전지의 낮은 출력은 상용화의 걸림돌로 꼽혀왔다. UNIST는 이를 해결하려고 한전과 해수전지의 기본 단위인 ‘셀’을 최적화하고 공정법을 규격화해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셀을 제작, 에너지 충전 용량을 20Wh급까지 향상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의 전지 용량은 10Wh급이다.
한국동서발전과는 해수전지의 대량 생산을 위한 시험 가동 설비를 구축하고, 셀들을 연결해 출력을 향상하는 해수전지팩을 개발한다. 공동 연구팀은 1㎾h급을 우선 개발하고, 2018년까지 10㎾h급을 울산화력발전소에 시범 구축할 계획이다. 일반적으로 4인 가정에 하루 필요한 평균 에너지는 10㎾h 정도다.
김영식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해수전지가 상용화되면 47조원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며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고,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국가의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2015년 ‘포투원(4 to One)’이라는 벤처를 창업해 누구나 쉽게 해수전지를 연구할 수 있는 동전 형태의 해수전지와 테스트 키트를 개발·판매 중이다. 또 해수전지의 핵심소재 중 하나인 고체 세라믹 전해질 합성기술을 같은 해 지역 중소기업에 이전했다.
UNIST와 한전은 이날 전남 나주 한전 본사에서 공동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UNIST와 한국동서발전은 지난 24일 공동연구를 위한 첫 회의를 열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