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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가 바라본 민간경력자들

‘메기 효과를 낼 것인가, 박힌 돌을 빼내는 굴러온 돌이 될 것인가.’
 민간경력자 출신 공무원이 늘어나면서 공직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민간경력자들이 각 정부 부처에 투입되면서 조직에는 긴장감을 불어넣고 정책에는 전문성을 높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의 잠재력까지 끌어올린다는 일종의 ‘메기 효과’인 셈이다. 반면 민간경력자들을 ‘굴러온 돌’에 빗대 ‘박힌 돌을 뺀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승진이나 보직을 놓고 쟁탈전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간경력자 채용 과정에서 각 부처는 필요한 전문 분야 인재를 콕 집어 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각 부서 업무를 총괄하는 관리자급을 중심으로 민간경력자 채용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 변호사·회계사·의사 출신도… 정책 수립 기여


경제부처의 한 인사팀장은 “민간경력직 채용제도는 민간의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공직이 필요로 하는 전문가를 뽑아 필요한 장소와 시기에 바로 투입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면서 “실제 들어온 직원들을 보면 민간에서 익힌 전문성과 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공직에 접목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과 기업 등 정책 관련 이해관계자들의 입장과 수요를 기존 직원들보다 정책에 더 잘 반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간경력자 상사와 함께 근무했던 행정안전부의 한 사무관도 “아무래도 민간 영역의 전문가들이 오는 것이어서 공무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던 부분을 일깨워 줄 때가 많았다”면서 “의사 결정과 실행이 확실히 빠르다고 느꼈다. 배울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업무 범위가 넓고 전문성이 필요한 부처에서 민간경력자들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산업통상자원부나 공정거래위원회, 보건복지부 등이 대표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우리 부는 전자·철강화학·자동차·조선 등 각종 산업은 물론 석유·전력·원자력·신재생 등 모든 종류의 에너지, 여기에 통상까지 업무 대부분이 전문 분야”라면서 “민간기업에서 이 업무만 계속했던 전문가들이 경력직으로 들어와 산업부 정책 수립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도 “변호사, 회계사, 경제학 박사는 물론 디지털 데이터나 통화·메일 기록 등의 정보를 조사에 적용하는 디지털포렌식 전문가들이 공정위에 입사했다”면서 “민간 경력자들이 경제분석 기법 개발, 사건에 대한 경제적·법적 검토, 디지털 증거 조사·분석 등에 있어서 공정위의 전문성을 높여 줘 법 위반 행위를 적발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보건의료 분야의 경우 의사, 약사 출신 민간경력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사회부처의 한 7급 공무원은 “회의석상에서 전문가들과 토론이 가능한 점은 높이 살 만하다”며 “일반 행정직들에게는 다소

‘메기 효과를 낼 것인가, 박힌 돌을 빼내는 굴러온 돌이 될 것인가.’

민간경력자 출신 공무원이 늘어나면서 공직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민간경력자들이 각 정부 부처에 투입되면서 조직에는 긴장감을 불어넣고 정책에는 전문성을 높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의 잠재력까지 끌어올린다는 일종의 ‘메기 효과’인 셈이다. 반면 민간경력자들을 ‘굴러온 돌’에 빗대 ‘박힌 돌을 뺀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승진이나 보직을 놓고 쟁탈전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생소한 표현들이 많은데 이때 전문성이 발휘된다”고 말했다.

# 적응 못하고 겉돌기도… 교육 시스템 개선을

반면 민간경력자를 환영하지 않는 내부 분위기도 읽힌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승진이다. 민간경력자 한 명이 5급 사무관으로 오면 6급 이하 기존 직원들의 승진이 줄줄이 밀리기 때문에 이들의 합류를 꺼린다는 것이다. 중앙부처의 한 과장은 “6·7급 공채로 들어온 공무원 입장에서는 5급 사무관을 공채로 뽑는 데다 민간경력자까지 채용하기 때문에 승진 정체를 우려할 수 있다”며 “오히려 6·7급 공채 출신들에게 동기부여가 안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채 순혈주의’ 속에서 민간경력자들이 승진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성과에 따른 공정한 인사평가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앙부처 관계자는 “사기업에서도 일을 잘했던 분들이 민간경력자로 들어오는데 공직사회에는 여전히 기수 문화와 연공서열이 남아 있어 일한 만큼 보상받지 못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승진은 물론 국비 유학이나 해외 파견 등에서도 고시 출신과 차별 없이 대우해야 현재 일하는 민간경력직들이 보람을 느끼고 앞으로 더 훌륭한 인재들이 공직에 들어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간경력자들이 상사는 물론 동료·부하 직원들과 자유로운 의사 소통을 통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하지만 반대로 공직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채 겉도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중앙부처의 한 과장은 “공직사회 프로세스를 정확히 숙지하지 않고 있다 보니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때문에 이들이 빠른 시일 내에 공직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업무 교육 등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고위 공무원은 “기존 직원과 민간경력자 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상호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또 모든 공무원에게 요구되는 공직자세와 리더십 등에 대한 충분한 교육부터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2018-03-2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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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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