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투자’ 젊은층 목소리 들어보니
‘비트코인 시즌 2 서비스가 종료됐습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 주신 코인 투자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최근 가상자산(암호화폐) 투자자가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암호화폐 가치가 급등하는 ‘불장’이었던 두 번째 시기가 끝났다는 의미를 담은 그림파일 한 장이 화제였다. 암호화폐 가격이 연일 폭락을 거듭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자조 섞인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이 형성된 것이다. 암호화폐 가격이 하락을 거듭할 때마다 등장하는 분노의 ‘기물파손 인증샷’도 재등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폭락이 투자 빙하기의 도래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암호화폐 시장은 2017년 연일 고점을 기록하다가 2018년 갑작스레 폭락하고서 2년 넘게 부진했다. 서울신문이 한 달 동안 심층 인터뷰한 20~30대 투자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10명 중 8명이 암호화폐 시즌 3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알트코인 5종에 500만원을 투자했다가 28%를 잃었다는 박모(30)씨도 “코인의 초기 거품은 빠지고 시가총액이 큰 코인 위주로 다시 상승하는 건전한 조정”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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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이 급한 투자자들은 이제 막 시장에 나온 신생 알트코인에 몰렸다. 인터뷰에 응한 10명 가운데 6명은 알트코인에만 투자했다. 이더리움, 리플 등 시가총액이 비교적 큰 코인도 있었지만 라이트코인, 체인링크 등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암호화폐와 베리코인, VNXLU 코인 등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종목에 선제적으로 뛰어든 투자자도 있었다.
2030 투자자들은 암호화폐가 투기 대상이 아니라 보편적인 결제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모(32)씨는 “인터넷 결제를 포함해 앞으로는 오프라인 가게에도 비트코인 결제가 적용될 것으로 본다”면서 “시즌 1 때도 결국 참고 기다렸던 사람이 승자가 됐듯 경험적으로 언젠가 다시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정보습득이 빠른 2030 투자자들은 세간의 우려와 달리 ‘똑똑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박씨는 “어떤 종목이 급격히 상승할지 몰라 여러 개의 암호화폐에 분산투자했다”며 “전체적인 하락장에도 가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암호화폐 덕에 손실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예·적금은 2030에게는 이미 ‘재미없는 투자처’가 됐다. 예·적금에 든 투자자는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은행에 돈을 넣고 있으면 요즘은 ‘바보 취급’을 받는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30세대는 부동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하는 현실을 강력하게 체험한 세대”라며 “부동산으로 통화가치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예금이 있으면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2021-05-2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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