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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배춘희 할머니 별세… 생존자 54명으로

“봉숭아꽃 꽃잎 따서 손톱 곱게 물들이던 내 어릴 적 열두 살 그 꿈은 어디 갔나. 내 어릴 적 열세 살 내 청춘은 어디 갔나. 내 나라 빼앗기고 이내 몸도 빼앗겼네. 타국 만 리 끌려가 밤낮없이 짓밟혔네. 오늘도 아리랑 눈물 쏟는 아리랑. 내 꿈을 돌려다오 내 청춘 돌려주오.”


향년 91세를 일기로 8일 운명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춘희 할머니의 빈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분당차병원 장례식장에서 한 조문객이 할머니의 안식을 기원하고 있다. 배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7명 중 생존자는 54명으로 줄었다.
연합뉴스

8일 경기 성남시 분당차병원에 마련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춘희(91) 할머니의 빈소. 생전에 ‘소녀 아리랑’을 즐겨 부르던 배 할머니는 이날 오전 5시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에서 노환으로 한 많은 세상과 작별했다. 이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7명 중 생존자는 54명으로 줄었다.

친·인척 하나 없이 외롭게 살아온 배 할머니의 삶만큼이나 빈소는 쓸쓸했다. 수수한 미소를 머금은 영정 사진 아래에는 2000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그림을 수록한 화집 ‘못다 핀 꽃’의 ‘고향 생각’이 펼쳐져 있었다. 배 할머니가 직접 그린 그림에는 앳된 처녀가 드넓은 강줄기를 뒤로한 채 커다란 나무 밑에 수줍게 서 있었다. 꽃다운 열아홉 살, 단짝 봉순이네 집에 놀러 갔다가 일자리를 구한 줄로만 알고 만주로 끌려갔던 배 할머니의 자화상이다.

배 할머니는 일본군의 ‘성노예’로 모진 세월을 견뎌 낸 뒤 차마 고국에 정착하지 못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엔카’(메이지 유신 때부터 유행한 일본 대중가요) 아마추어 가수로 활동했다. 이후 고국으로 돌아와 1996년 뒤늦게 나눔의 집에 입소했다.

빈소를 지키던 김정숙 나눔의 집 사무장은 “1998년 홍익대 미대 학생들이 나눔의 집에 찾아와 할머니들에게 그림 심리 치료를 해 줘 남겨진 그림”이라며 “평생 딱 두 점을 그렸는데, 한 점이 ‘고향 생각’이고 다른 한 점은 위안부 시절 생활을 그린 ‘중국에서’”라고 설명했다. 이어 “할머니가 평소 말수는 적었지만 노래를 부르거나 그림을 그릴 때 가슴에 쌓인 한이 풀린다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전했다.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에 능통해 외국에서 온 봉사자들을 맞이하는 것은 언제나 배 할머니 몫이었다. 나눔의 집 내 두 번째 연장자였던 배 할머니는 지난해 9월 건강이 악화된 뒤로 ‘자면서 편히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배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 급여(월 90만원)와 광주시 지원금(월 60만원) 등을 아껴 쓰며 모은 3000만원을 2012년 경기 김포시에 있는 불교계 사립대학인 중앙승가대에 기부하기도 했다. 또 나눔의 집 3층에 있는 법당에 800만원 상당의 부처님 탱화를 기부했다. 김 사무장은 “돌아가실 때까지도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고 아쉬워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날 오후 빈소를 찾은 이옥선(87) 할머니는 “먼저 간 할머니들은 다 한을 안고 간다”며 “한 분이라도 덜 돌아가셨을 때 위안부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l.co.kr

김희리 기자 heeree916@seoul.co.kr
2014-06-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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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