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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홍성 故이응노 화백 놓고 신경전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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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상 명칭 상표출원하며 갈등 시작

‘세계적 미술가를 통해 지역을 알리고 싶은데 손발이 안 맞아서….’

고암 이응노(1904~1989) 화백을 둘러싸고 대전시와 충남 홍성군이 상생보다 신경전을 앞세워 아쉬움을 주고 있다. 대전은 고암이 1967년 발생한 동베를린 간첩단 조작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대전교도소가 있고, 홍성은 고암이 태어난 곳이다. 대전에는 이응노미술관이, 홍성에는 이응노 생가와 기념관 등이 자리잡고 있다. 3일 두 자치단체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이응노 화백 기념 미술대회를 동시에 열었다. 홍성은 13회째이고, 대전은 첫 행사였다. 이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으나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은 “함께 뭔가를 하려면 필요한 쪽이 먼저 찾아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 이응노기념관 윤후영 학예사는 “갑과 을의 관계를 강조해서는 협의가 곤란하다”고 반박해 평행선을 달리는 상태다.

고암을 둘러싼 두 지역의 갈등은 2012년 홍성군이 자체 제정한 ‘고암미술상’ 명칭을 상표출원한 뒤 대전 이응노미술관이 곧바로 ‘고암 이응노’라는 문구를 상표등록하면서 수면으로 떠올랐다. 이는 홍성군이 미술상 관련 조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전시와 미술관 관계자들이 찾아와 이의제기하자 홍성이 먼저 상표등록한 것이다. 이들의 승강이는 미술대회 개최로 이어졌고, 같은 날 동시에 행사를 치르는 볼썽사나운 형태로 번졌다.

이 화백의 작품도 분산돼 있다. 대전 이응노미술관은 이 화백의 두 번째 부인인 박인경(90)씨 등으로부터 기증받아 1200여점을, 홍성 이응노 생가와 기념관은 유품 400여점과 미술작품 470여점을 보유하고 있다.

대전은 지리적 이점과 도시 규모에서 대중화하는 데 유리하고, 홍성은 고암 관련 상징성에서 앞선다. 신재남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이사장은 “고인을 놓고 벌이는 지나친 경쟁은 보기 안 좋다. 상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2015-06-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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