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상 명칭 상표출원하며 갈등 시작
‘세계적 미술가를 통해 지역을 알리고 싶은데 손발이 안 맞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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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이응노미술관장은 “함께 뭔가를 하려면 필요한 쪽이 먼저 찾아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고, 이응노기념관 윤후영 학예사는 “갑과 을의 관계를 강조해서는 협의가 곤란하다”고 반박해 평행선을 달리는 상태다.
고암을 둘러싼 두 지역의 갈등은 2012년 홍성군이 자체 제정한 ‘고암미술상’ 명칭을 상표출원한 뒤 대전 이응노미술관이 곧바로 ‘고암 이응노’라는 문구를 상표등록하면서 수면으로 떠올랐다. 이는 홍성군이 미술상 관련 조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전시와 미술관 관계자들이 찾아와 이의제기하자 홍성이 먼저 상표등록한 것이다. 이들의 승강이는 미술대회 개최로 이어졌고, 같은 날 동시에 행사를 치르는 볼썽사나운 형태로 번졌다.
이 화백의 작품도 분산돼 있다. 대전 이응노미술관은 이 화백의 두 번째 부인인 박인경(90)씨 등으로부터 기증받아 1200여점을, 홍성 이응노 생가와 기념관은 유품 400여점과 미술작품 470여점을 보유하고 있다.
대전은 지리적 이점과 도시 규모에서 대중화하는 데 유리하고, 홍성은 고암 관련 상징성에서 앞선다. 신재남 한국전업미술가협회 이사장은 “고인을 놓고 벌이는 지나친 경쟁은 보기 안 좋다. 상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전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2015-06-04 1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