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사업 제주 오라관광지 논란
제주 오라관광단지 개발 사업을 둘러싼 난개발과 특혜 시비 등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일 제주도에 따르면 환경 단체 등 제주 지역 시민사회는 난개발 우려와 일사천리 사업 인허가 행정 절차 등에 특혜 의혹이 있다며 반발하지만 제주도는 특혜는 있을 수 없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맞선다. 사업자 측은 ‘투자자가 환경단체에 사업 허가를 받아야 하나’라며 제주도가 법과 제도에 따라 사업 인허가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해 줄 것을 요구한다.제주 오라관광단지 개발 사업 조감도. 제주시 오라2동 일대 357만 5753㎡에 사업비 6조 2800억원을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사업 면적과 투자 금액 모두 역대 제주 최대 사업이다. JCC 제공 |
오라관광단지 조성 사업은 중국 자본인 JCC㈜가 제주시 오라2동 일대 357만 5753㎡에 2021년 12월까지 6조 2800억원을 투자하는 프로젝트다. 사업 면적과 투자금액 모두 역대 제주 최대 사업이다. 오라관광단지에는 7650석 규모의 초대형 MICE 컨벤션, 5성급 호텔 2500실과 분양형 콘도 1815실 등 숙박시설만 4300실이 들어선다.
또 상업시설 용지에 면세백화점과 명품빌리지, 글로벌 백화점, 실내형 테마파크를 설치하고, 휴양문화시설 용지에 워터파크가, 체육시설에 18홀 골프장이 들어선다. 카지노는 사업자 측이 최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오라관광단지 운영 시 사업장 활동 인구는 6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제주시 지역 읍면동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노형동(5만 3474명)보다도 2500여명 많다. 부지는 한라산국립공원 바로 아래인 해발 350~580m에 위치한 제주시 중산간 지역이다. 산록도로 북쪽에 있어 2년 전 원희룡 제주지사가 난개발 방지를 위해 선포했던 ‘개발 가이드라인’에 저촉되지 않는다.
제주 지역 1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오라관광단지가 ▲제주시 중산간 지역 자연환경과 생태계 훼손 ▲과도한 지하수 개발로 인한 제주시권 용수 부족 가능성 ▲대규모 하수 발생에 따른 처리 문제 ▲시내권 교통 혼잡 가중, 쓰레기 처리난 심화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이 사업은 지난 2월 제주도 경관심의를 거쳐 6월 교통영향평가, 7월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이어 환경영향평가까지 행정 절차가 속전속결로 통과됐다. 이 과정에서 원 지사는 “오라관광단지는 이미 사업을 추진한 지 오래된 곳으로 ‘산록도로·평화로 위 한라산 방면 개발 가이드라인’에 저촉되지 않는다”며 “개발 가이드라인 바로 밑에 있지만, 지대가 높다는 이유로 개발을 못 하게 한다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지하수 관정(9개 공) 양도양수 인정 ▲개발 고도 12m에서 20m로 완화 ▲사업자에 면죄부를 준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 ▲환경자원총량제 법제화 이전 사업승인 절차를 서두르는 점 등이 사업자 밀어주기와 특혜 행정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난개발 우려와 특혜 시비가 계속 불거지자 제주도는 지난달 초 심의가 끝난 환경영향평가의 도의회 동의안 처리의 보완을 요구하며 내년으로 미뤘다.
도는 중산간의 지하수 보전과 오염 방지를 위해 지하수 사용량을 최소화하고, 상수도·중수도 등 다른 용수 사용계획, 기존 공공 하수처리장의 수용 능력이 포화 상태임을 감안해 하수 및 폐기물의 전량 자체 처리계획, 사업부지 내 휴양콘도시설의 적정 수요량 재산정 및 조정 등을 요구했다.
●“열악한 투자 환경 탓” 사업자 반발
이번에는 사업자 측이 발끈하고 나섰다. 사업자 측은 지난 10월 9일 사업설명회를 열고 “환경단체에 먼저 허가를 받고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것이냐”며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오라관광단지 개발 사업에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중국동포 출신 사업가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박영조 대표는 “대한민국은 법치국가다. 법적으로 되면 되고 안 되면 안 되는 것”이라며 “제주도는 법과 조례에 따라 합법적으로 인허가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제주도가 23개월 걸리는 투자유치 인허가를 10개월에 해 준다고 홍보를 해 그걸 믿었지만 앞으로 3년, 5년 후에 될지 예측을 못 하겠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하수 처리 논란도 “제주의 하수처리 능력이 부족한 것을 이제 알았느냐. 기반시설도 안 하면서 그동안 국제자유도시라며 외국에서 투자유치를 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사업부지 지하수에 대해서는 “물(지하수) 문제도 사유재산으로 봐야 한다. 집을 사면 물을 자유롭게 쓴다. 정부에서 사용하지 말라고 안 한다. 물도 돈을 주고 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사업자 측은 제주도가 보완을 요구한 지하수 사용량을 줄이고, 오수는 기존 80%가 아닌 100% 자체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휴양콘도시설의 적정 수요량 조정은 사업 수익성이 달린 만큼 제주도의 요구에 부합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업자 측의 반발에 원 지사는 지난 10월 18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제주도가 먼저 오라단지에 투자를 유치한 적이 없고 사업자가 제주에서 사업하겠다고 해 도가 현재 개발 사업 심의를 하는 것”이라며 “투자자본의 적격성 및 충실한 투자 계획의 이행 여부, 지역경제 및 제주관광에 미치는 영향을 비롯해 교통·경관영향 등 종합적인 것을 엄밀히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책 토론회에서 시시비비 가릴 듯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10월 21일 제주도에 도민 2800명이 서명한 오라관광지구 도정 정책토론 청구인 서명부를 제출했다. 세부 토론 청구 내용으로 ▲ 환경영향평가, 건축 고도 완화 등 인허가 절차 과정 ▲지하수 과다 사용 등에 대한 자원고갈 논란 ▲환경총량제, 계획허가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제주주민참여기본조례에는 정책 토론은 행정시별 선거권이 있는 1000분의3 이상의 주민 연서로 토론 청구인 대표가 청구할 수 있으며 도지사는 특별한 사유가 없을 시 한 달 이내에 토론 청구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원 지사는 “다른 자치단체의 경우 정책 토론 대상은 자치단체가 주체가 돼서 추진하는 사업 등으로 제한돼 있다”며 “오라단지의 경우 민간이 시행하는 사업이고 현재 인허가 심사 과정이어서 법률 자문을 충분히 받아서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 지사는 “정책토론 대상에 해당이 안 되더라도 도민들이 큰 관심이 있기 때문에 행정에서도 억측이나 오해, 염려하시는 부분들에 대해 최선을 다해 설명회나 토론회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2016-12-02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