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초기본 목판 완성돼… 전시·보관 장소 없이 제작부터
군위 전시관 완공시기 불투명… “막대한 예산 낭비” 비판 나와수십억원을 들인 삼국유사(국보 306호) 목판이 전시할 곳이 없어 완성되자마자 수장고에서 ‘낮잠’을 자고 있어 전시 행정 사업이라는 비판과 함께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일 경북도와 군위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삼국유사 조선 중기본에 이어 지난 2월 초기본 목판을 완성했다. 삼국유사 목판이 1512년 경북 경주에서 간행한 ‘중종 임신본’(조선 중기본)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춘 이후 500여년 만에 부활했다. 총 25억 8000여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경북도 등은 이 사업을 2014년 하반기부터 추진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였던 ‘문화융성’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판각은 2015년 11월 군위읍 사라온이야기마을에 삼국유사목판도감소를 설치하면서 본격화됐다. 하지만 사업은 이를 전시·보관할 장소를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은 채 성급하게 추진했다.
판각은 전국의 전문 각수(각자장) 7명이 맡았다. 목판(가로 620㎜, 세로 286㎜, 두께 40㎜) 224장에 조선 초·중기본을 새겼다. 1장의 양면에는 840자가량을 새겼다. 글자 크기는 평균 14㎜, 목판 하나의 무게는 2.3㎏ 정도다. 삼국유사 글자는 8만 9200여자다.
그러나 이들 목판은 판각되자마자 한국국학진흥원에 있는 목판 전용 수장고인 장판각으로 옮겨졌다. 당초 조선 중기본 목판은 국학진흥원에, 초기본 목판은 군위군에 전시·보관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군위군에는 2019년 의흥면에 삼국유사 가온누리 조성사업이 완공돼야 전시·보관할 곳이 생긴다. 이마저도 사업 추진이 늦어져 완공 시기가 불투명한 상태다.
한편 경북도는 다음달까지 8억여원을 들여 삼국유사 조선 중기본과 초기본을 집대성한 경북도 교감본을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하기로 했다. 향후 인터넷으로 공개된다. 도는 이 작업이 완료되면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인 서울 조계사에서 삼국유사 목판 복원 사업 완료 보고회를 가질 예정이다.
안동·군위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2017-05-02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