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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계셨나요] 단통법? 줄임말도 ‘룰’따라 룰루랄라 편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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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출장 때문에 인터넷으로 서울행 고속버스를 예매하려는데, 부서 직원이 평일이라 ‘고터’에서 바로 표를 구할 수 있을 거라 조언해준다. 그런데 ‘고터’가 뭐지? 고속버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가, 아니면 승차권 자동발매기 브랜드인가. 알고 보니 ‘고속버스터미널’의 줄임말이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따아’(따뜻한 아메리카노), ‘버카’(버스카드), ‘게이’(게시판 이용자) 등 의미를 가늠하기 어려운 신조어가 범람하고 있다. 번역기가 필요할 정도다.

# ‘고터’·‘버카’·‘게이’… 대체 무슨 말인지?

영화 ‘아바타’에서 사용된 나비족 언어만큼이나 딴 세계의 말 같다.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겨우 습득한 ‘베프’(베스트 프렌드), ‘쌍수’(쌍꺼풀 수술)는 물론이고 ‘낄끼빠빠’(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져라) 같은 말은 이미 구식어가 되고 있다.

줄임말은 짧은 시간에 많은 의미를 전달하는 장점이 있고 해당 언어를 공유하는 사람들끼리 유대감을 강화시켜 줄 수 있다. 그러나 줄임말은 잘 쓰면 품격 있는 ‘약칭’(略稱)이 되지만 잘못 쓰면 외계어 같은 ‘은어’(隱語)가 될 수 있다.

법률에도 이처럼 약칭과 은어 사이의 경계를 오가는 줄임말이 종종 사용된다.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이 이해하기 어려운 대표적 줄임말에 해당한다.
채향석 명예기자(법제처 대변인)
# 국민들 쉽게 알 수 있는 ‘법률 약칭’ 정착돼야

그렇잖아도 어려운 법과의 거리를 더 멀어지게 하고 별거 아닌 것으로 괜히 기죽게 한다. 그렇다고 긴 글자의 법률 이름을 항상 온전히 사용하기도 어렵다. 현행 법률 1400여건 중 절반이 넘는 760여건이 10글자 이상이고, 그중에서 가장 긴 법률은 81글자나 되기 때문이다. 법률 줄임말은 이처럼 법률 이름이 너무 길면 경제적 차원에서 쉽게 말하고 쓰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용하는 사람이나 기관에 따라 줄임말이 제각각이어서 혼란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가령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공익토지보상법’, ‘공익사업법’, ‘토지보상법’, ‘공토법’ 등으로 다양하게 불린다. 법제처는 이런 문제를 줄이고자 2014년부터 국회, 법원, 헌법재판소 등과 법률 제명 약칭에 대한 통일적 기준을 만들고 있다. 현재까지 720여건의 법률에 약칭 기준을 마련하여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젠 신문·방송을 통해서도 ‘단통법’이 아니라 ‘단말기유통법’이란 공식 약칭을 사용하는 기사와 보도를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특정 부류의 사람만 알고 사용할 수 있는 ‘은어’ 같은 줄임말보다는 모든 국민이 쉽게 이해하고 통일적으로 부를 수 있는 법률 ‘약칭’의 사용이 정착되길 기대해 본다.

채향석 명예기자(법제처 대변인)
2017-06-12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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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제공 : 정책브리핑 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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