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사는 80대 이씨, 아들 가출하자 동 이름만 달랑 들고 무작정 찾아 나서
통장 도움으로 극적 상봉… 감사편지 “4년이나 생사를 알 수 없던 아들의 소식을 알게 도와준 천사표 통장님께 전해 주세요.”지난달 16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4동 행정복지센터에 날아든 팔순 어르신의 감사 손편지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편지엔 전남 목포 등기 소인이 찍혀 있었다. 이씨(82)라고만 밝혀 달라는 어르신은 통장의 이름을 몰라 편지에 ‘통장님’이라고 썼다.
어르신의 아들(45)은 2006년 시각장애 2급 판정을 받고 비관하다 부모 도움을 안 받고 살아 보겠다며 집을 나간 후 소식을 끊었다. 아들 주소지가 수정구 태평4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어르신은 지난달 11일 무작정 성남으로 갔다.
주소를 적은 메모 한 장을 손에 쥐고 골목골목을 헤매고 있을 때 이미자(52·여) 3통장을 만났다. 길 안내를 받아 함께 주소지를 찾아갔지만 아들은 그곳에 살고 있지 않았다. 이 통장은 어르신을 인근 식당으로 모시고 가 식사 대접을 하면서 기운을 북돋워 줬다. 사연을 듣고 주위 사람들에게 알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어르신은 그다음날 밤 10시 30분 성남에서 뜻밖의 전화를 받았다. 통장들끼리 수소문한 끝에 아들이 사는 집을 알아냈고, 부인과 함께 잘 지낸다는 소식을 알린 것이다.
태평4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편지를 받은 이 통장은 “병석에 계신 아버지 생각에 어르신 손을 잡아드렸다. 이렇게 편지까지 써 주셔서 제가 더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2019-05-10 18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