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1933년 지은 석조건물…조선자본 日 유출 ‘부끄러운 상징물’
내년 근대문화전시관 추진에 재충돌17일 존치 여부 공개토론의 장 마련
“일본 미화 우려” vs “역사교육 활용” 충북 충주에서 일제강점기 때 지어진 조선 식산은행 건물의 보전을 둘러싼 찬반논란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돼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철거 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13일 충주시 등에 따르면 조선 식산은행은 일제가 식민지시절 농공은행을 합병해 만든 금융기관이다. 성내동에 지어진 은행 건물(375㎡)은 1933년 건립됐다. 조선 자본의 일본 유출 창구역할을 하다 광복 후 한일은행 건물로 쓰였다. 이후 1980년대 초 민간에 매각돼 가구점 등으로 사용됐다.
논란은 2016년 시작됐다. 이 건물을 매입한 시가 보수해 근대문화전시관 등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찬반의견이 맞섰다. 부끄러운 역사도 기억해야 한다는 주장과 식민수탈 상징을 보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충돌했다.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시는 등록문화재 지정 신청을 해 문화재청에 판단을 맡겼다. 검토 끝에 문화재청은 2017년 5월 식산은행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했다. 외관에서 서양식 석조건물 분위기를 추구했던 일제강점기 관공서 및 은행의 특징적 건축기법과 양식을 보여줘 보전가치가 있다는 게 문화재청의 판단이었다.
이를 계기로 시는 국비 5억원 등 총 10억원을 투입해 근대문화전시관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 설계 심의 중이며 공사는 내년 초 시작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도 철거 주장이 식지 않고 있다. 전홍식 충주지역사회연구소장은 “식산은행은 ‘조선이 식민지배를 받으면 이런 웅장한 건물도 지을 수 있다’며 당시 일본이 자랑했던 건축물”이라며 “자칫 일본을 미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식산은행은 충주읍성 내 관아 건물을 철거하고 지었던 것”이라며 “복원을 하려면 읍성부터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인묵 식산은행 철거운동본부 대표는 “기둥과 창호가 다 썩는 등 수명이 다 돼 건축학적 측면에서도 복원할 가치가 없다”며 “충주중학교와 충북도청 등 주변에 근대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예산까지 들여 보전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찬반논란이 여전히 뜨겁자 시민들 주관으로 오는 17일 충주도서관에서 식산은행 건물 존치 토론회가 열린다. 토론회를 준비한 최영일 변호사는 “공개토론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행사를 열게 됐다”며 “등록문화재로 지정됐지만 지정해제 등을 통해 철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는 건물이 불에 타 소실되는 등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지정해제될 수 있다며 철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충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2019-05-14 1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