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성동구 마장동축산물시장(우시장)에 가면 쉴 사이 없이 듣는 소리이다. 새벽 도매를 마친 늦은 오전시간이지만 우시장은 고기를 싣고 내리는 차로 발 디딜 틈없이 붐빈다. 소매손님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매일 전국 각지에서 도축된 쇠고기, 돼지고기가 이 곳으로 모였다가 서울·수도권 등 대도시로 팔려 나간다. 설(2월18일)을 앞두고 우시장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예전만은 못해도 1년에 몇번 없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마장동 우시장은 단일품목으로는 동양 최대 도매시장이다.7000여평 부지에 들어선 500여동의 건물에는 2000여개 도매상이 영업 중이다.
●하루 고객 8000명… 매출 50억원
종사자만 4000여명. 하루 손님 8000여명에 매출은 50억원에 이른다. 인근으로 확산된 상가나 축산가공공장 등을 감안하면 매출은 60억원 가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산둥성에 마장동 우시장을 본뜬 우시장이 있지만 절반에도 못미친다는 것이 성동구 관계자의 설명이다.
마장동 우시장은 43년 전인 1963년에 생겼다. 당시 종로구 숭인동에 있던 도축장이 현재의 마장초·중학교 자리로 옮겨오면서 도매상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1998년 도축장은 폐쇄되고 대신 시장이 그 명성을 이어 받았다. 이후 2003년 성동구청과 상인들이 26억원을 들여 천장을 터널형 캐노피로 바꾸는 등 현대화 작업을 마쳤다.
하지만 상권이 확대되면서 고산자로 서쪽 홍익동에도 상가가 많이 늘었다. 또 고산자로 동쪽 이면도로에는 축산가공공장들도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시중보다 20% 이상 저렴
마장동 우시장의 고기는 서울·수도권의 동네 정육점과 일부 백화점, 할인점, 뷔페 등으로 팔려 나간다. 지방이나 가락동 도축장에서 내장을 분리하고 몸체를 2등분한 소나 돼지는 마장동으로 와 부위별로 분리돼 시중에 팔려 나간다. 서울·수도권 수요의 절반 이상을 소화하는 것으로 마장동상가진흥조합은 추산하고 있다.
마장동 시장은 도매뿐 아니라 소매도 한다. 동대문 의류시장과 마찬가지이다. 도매시장인 만큼 가격은 싸다. 쇠고기는 등심이 시중에선 1㎏당 8만∼10만원선이지만 우시장에선 5만∼6만원선이다. 갈비는 세트당 20만∼30만원쯤한다. 하지만 시중에서는 50만∼100만원까지 한다.
마장동상가 진흥사업협동조합(www.mjmm.co.kr) 고기복 상무는 “마장동은 고깃값도 싸지만 사골 등 원하는 부위를 싼값에 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며 “이 점이 백화점이나 할인점이 마장동 상가를 따라올 수 없는 점”이라고 말했다.
●할인점 생기고 청계천변 주차장 없어져 소매 비중 줄어
마장동 우시장은 지난 2003년 동대문구 용두동 옛 동마장터미널 자리에 대형 할인점이 들어서면서 소매가 줄었다. 청계천변 주차장이 없어진 것도 한몫했다. 주차가 편리한 대형 할인점으로 손님을 많이 빼앗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인들은 성동구청이 추진 중인 관광식당 타워건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맛있는 집들
‘우시장에 고깃집이 없다?’ 우시장 근처엔 의외로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 드물다. 시장과 고산자교가 만나는 곳에 소규모 고깃집이 있지만 무허가이다. 하지만 용문집(2295-9424)은 예외다. 우시장과 고산자로 사이 이면도로 4층건물 1층에 자리잡고 있다. 전혀 치장을 하지 않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단골이 많다. 수육, 천엽 등 서비스가 우선 푸짐하고, 고기는 최고급을 쓴다. 등심, 안창살, 토시살이 1인분(150g) 3만 5000원, 제비추리가 3만원이다. 마장동축산물시장에서 5분거리인 홍익동 대도식당(2292-9772)도 유명하다. 분점만 20여개에 달한다. 마장역 방향의 마장갈비(2292-8588)도 한번 찾을 만하다.
■ 청계천 관광과 연계 프로그램 개발
성동구(구청장 이호조)는 마장동 우시장과 청계천을 연계한 관광활성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청계천을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동양 최대의 고기 도매상가를 둘러보고 근처의 관광식당타워에서 고기맛을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관강식당타워는 우시장 옆 제설발진기지 자리에 64억원을 들여 지하2층, 지상5층 규모로 건설된다. 고급식당과 대중식당, 각종 편의시설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성동구는 지난해 관련 용역을 마치고, 이달 중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예산 지원을 건의했다.
서울시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성사 가능성이 높다. 관광식당타워가 지어지면 1년에 상하반기 두 차례 열리는 축산물시장 축제와 연계해 서울의 관광명소로 육성할 계획이다.
성동구는 우시장 인근 무허가 식당가와 주차장 942평에 주차장과 함께 이벤트 공간을 조성, 주차난을 해소하고, 각종 이벤트도 개최할 방침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2007-1-30 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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