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열린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 규탄대회 현장에 나왔던 농협 직원과 도청 관계자는 “사실 한우보다 돼지가 더 큰 문제”라고 걱정했다.
한우의 경우 ‘송아지 생산안정제’로 가격이 일정 금액 이하로 떨어지면 최고 30만원까지 보조하고 있지만 돼지는 그렇지 않다는 말이다.
양돈 업계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면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LA갈비의 국내 소매가격을 ㎏당 1만 5000∼2만원선으로 예상했다. 이는 현재 삼겹살 가격과 맞먹는다. 게다가 한우 1등급에 해당하는 미국산 등심이 2만∼2만 2000원선에서 거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말한 것처럼 국내 돼지고기 소비자들이 값싼 미국산 쇠고기를 사먹게 되면 양돈농가의 줄도산은 불을 보듯 뻔하다.
박창식(51) 경남양돈협회장은 “한마디로 앞날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한우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면서 양돈농가는 나몰라라 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경남 창원시 북면 무등리에서 1만 9800㎡에 이르는 돼지우리에서 40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최근 몇달간 오르던 돼지값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농협중앙회 축산물 시세 에 따르면 24일 현재 100㎏짜리가 마리당 28만 1000원에 거래됐다. 지난 17일 28만 5000원에 비하면 4000원이나 내렸다. 소비자 가격도 오르는 폭이 줄었다.
삼겹살(중품)의 경우도 500g당 7668원으로 최근 일주일새 100원쯤 올랐다. 지난달 평균 가격(6641원)에서 오른 1027원에 비하면 10분의1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부터 올 3월까지 전국에서 폐업한 양돈농가는 1903가구(20%)에 이른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양돈농가는 9832가구로 사육 두수는 960만 5000여마리였으나 올 3월에는 7929가구 898만여마리로 줄었다. 돼지 사료값은 지난해 3월부터 국제 곡물가격이 오르면서 폭등, 생산 원가를 인상시켰다. 양돈농가가 밝힌 돼지 1마리(100㎏)의 생산 원가는 26만원. 사료값 14만 3100원에 인건비와 전기료 등 간접비가 포함된 것이다. 새끼돼지가 출하하는 11개월간 먹는 사료의 양은 25㎏들이 12포대(300㎏)다. 생산비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사료값은 지난해 3월 ㎏당 346원이었으나 5차례에 걸쳐 477원으로 37.9%나 폭등, 갈수록 어려운 실정이다.
대한양돈협회는 지난해 5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정 타결에 따른 대책으로 ▲사료안정기금 확보 ▲정책금리 인하 ▲원산지 표시 단속강화 등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묵묵부답이다. 생산비의 70%를 차지하는 사료값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사료안정기금 설립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사료값이 35% 인상됐으나 실제 농가의 부담은 5%에 불과했다. 기금에서 30%를 흡수했기 때문이다. 양돈농가들은 “한우 송아지 안정기금과 같이 돼지도 사료안정기금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대정부 건의안이 수용되면 줄도산도 피하고, 경쟁력도 확보된다.”고 강조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