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뜬 목도리 어려운 주민에 전달
요즘 서울 관악구 홍보전산과 김용갑(32) 주임은 업무를 마치기가 무섭게 집으로 향한다. 아내에게 뜨개질하는 법을 물어 직접 해보기 위해서다. ‘뜨개질할 시간에 집안 청소하고, 설거지 좀 하라.’는 구박(?)에도 아랑곳없이 거실 소파에서 대바늘뜨기와 코바늘뜨기, 아프간뜨기 등을 연습한다. 뜨개질로 지역 주민들에게 자원활동을 하는 ‘따스미 봉사단’에 가입하기 위해서다.김 주임은 “뜨개질을 해 보니 조금만 신경쓰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이번 봉사활동을 계기로 가족들에게 장갑과 목도리도 만들어줄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24일 관악구에 따르면 구는 공무원들이 직접 뜨개질한 털목도리를 지역 주민에게 전달하는 ‘따스미 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 동주민센터 선정 저소득층에 봉사
이 봉사단은 관악구 공무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올해는 105명을 모집한다. 앞으로 5명이 한 조가 돼 연말까지 업무시간 이외의 시간을 활용해 조별로 ‘뜨개질’ 경쟁에 나선다. 이들이 함께 만든 털목도리는 연말에 각 동주민센터가 선정한 저소득층에 골고루 전달된다.
이 사업은 지난 6월 입사한 ‘새내기 공무원’ 오현정(29·여) 주임이 낸 아이디어다. 구 자원봉사센터에 배치돼 일을 시작한 오 주임은 단순히 물질적 지원을 넘어 전해주는 사람의 정성과 따스함이 느껴지는 활동을 생각하다 뜨개질을 떠올렸다고. “어려운 구민을 돕는 일이라면 노력을 아끼지 말라.”는 박용래 구청장 권한대행의 전폭적인 지지로 힘을 얻게 됐다.
강운현 복지정책과장은 “21일 내부 게시판에 사업의 취지와 함께 봉사단 모집 공고를 올렸는데, 바느질 한 번 해 본 적 없을 것 같은 남성들의 참여 문의가 쇄도한다.”고 밝혔다. 김연숙 자원봉사센터팀장도 “누구나 1주일 정도만 교육받으면 뜨개질로 멋진 털목도리를 만들 수 있다.”면서 “따뜻한 마음과 용기만 있다면 누구나 봉사단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추석맞아 직원 700여명 다양한 봉사
따스미봉사단은 지난 2007년부터 이어져 온 구의 ‘민·관·학 네트워크 자원활동’의 일환이다. 분기별로 주제를 정해 지역주민과 공무원, 학생들이 봉사활동에 나서 지역사회와의 연대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다. 지금까지 해마다 5000명 이상이 활동에 참가해 왔다.
관악구는 또 따스미봉사단과 별도로 추석을 맞아 공무원 700여명이 어려운 이웃을 찾는 시간도 갖는다. 30일까지 지역 내 21개 동을 찾아 다양한 형태의 봉사활동을 벌이게 된다. 중앙동의 경우 자치행정과 직원 15명과 지역주민 등 35명이 홀몸노인 가구를 찾아 집안을 말끔히 청소하고, 성금을 모아 쌀과 밑반찬을 지원한다. 대학동과 공원녹지과 직원 19명은 관악산 등산로를 정비하고, 남현동과 청소·환경과 직원 40여명은 상록보육원을 찾아 대청소를 벌인다. 박 권한대행도 감사담당관 등과 함께 은천동의 독거노인 세대를 방문해 집안청소와 빨래 등을 할 계획이다.
박 구청장 권한대행은 “21세기 위민관(爲民官)은 어려운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 애로를 해결해 줘야 한다.”면서 “우리 구 공무원들이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 신뢰받는 구정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2009-9-25 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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