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관계자는 14일 “대사가 부임하면서 제일 신경쓰는 일 중 하나가 좋은 요리사를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요리사는 알음알음 소개를 받거나 채용 공고를 낸다. 과거엔 요리사로 나가려는 중·노년 층 여성을 찾는 게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엔 우리 국민의 경제수준이 올라가면서 깊은 손맛을 지닌 이런 요리사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월급에 비해 현지생활이 너무 힘든 까닭이다. 나라마다 차이가 있지만 해외공관 요리사의 월급은 평균 200만~250만원이다. 그런데 외국어를 못하는 중·노년층에겐 친구 한 명 없는 외국 생활이 감옥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돈을 좀 적게 받더라도 국내에서 다른 일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세태가 이렇게 변하자 최근엔 대학 조리과 출신 젊은이들을 요리사로 채용하는 경우가 생겼다. 외국 경험을 쌓고 싶은 요리 전공자들이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젊은이들은 외국어가 가능하고 혈기가 왕성한 게 오히려 문제다. 현지인과 친분을 맺으면서 부지불식간에 대사관 기밀 등을 누설할 우려가 있다. 심지어는 현지인과 결혼해 도중에 그만둔 사례도 있다.
●젊은층은 기밀누설 우려
이런 점 때문에 얼마 전 아시아의 A국 대사관은 한국에 있는 중국 국적의 ‘조선족 아줌마’를 요리사로 데려갔다. A국에서 특별히 비자를 내줬다. 하지만 비자 발급이 까다로운 나라에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케이스다.
일부 대사관은 고육지책으로 아예 현지 외국인을 채용해 한국 요리법을 전수해 주는 식으로 아예 요리사를 양성하는 곳도 있다. 이 경우엔 대사 부인이 일일이 ‘교육’을 시켜야 한다. 어쨌든 이런 추세라면 본의 아니게(?) ‘외국인 장금(長今)이’들이 줄줄이 배출될 수도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10-07-15 1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