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도 대거 포함
보건복지부는 30일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사업장의 명단을 복지부 홈페이지에 처음 공개했다. 영유아보육법은 상시 여성 근로자가 300명 이상이거나 상시 근로자가 500명 이상인 사업장에 ▲직장어린이집 설치 ▲보육수당 지급(정부 지급 보육료의 50% 이상) ▲민간어린이집 위탁 중 한 가지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개정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복지부는 의무 미이행 사업장의 명단과 상시 근로자 수, 미이행 사유 등을 공개해야 한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9월 30일 기준으로 전체 의무대상 사업장 919곳 중 236곳(25.7%)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었다. 미이행률은 국가기관 15.5%, 지자체 0.6%, 학교 19.8%, 공기업 등 공직 유관단체 7.0%, 민간기업 37.2% 등으로 민간기업이 가장 높았다. 명단에 포함된 사업장은 총 161곳으로 롯데건설, 르노삼성자동차 등 대기업 계열사들도 포함됐다.
사업주들이 내세운 어린이집 미설치 사유는 이행 추진 중(28.4%), 보육수요 부족(25.0%), 장소 미확보(19.5%), 비용 부담(11.4%)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직장어린이집은 영유아 5명 이상을 설치 기준으로 하고 있어 현실적으로는 부지 확보와 비용 조달의 어려움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근로복지공단 직장보육지원센터 관계자는 “어린이집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임대가 아닌 매입이 바람직하기 때문에 매입 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초기 설치비는 고용보험기금에서 지원받지만, 운영비는 50% 이상이 사업주의 몫이라 비용 부담의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또 ▲반경 50m 내에 주유소·공사장 등 ‘위험시설’이 없어야 하고 ▲정원 50명 이상이면 옥외 놀이터를 설치하거나 보행거리 100m 안에 놀이터를 확보해야 하는 등의 조건을 충족하는 부지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도남희 육아정책연구소 박사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의무 이행률을 높이고, 중소기업은 지원을 늘려 유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면서 “여러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거나 인근 기업이 모여 공동으로 설치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