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 ‘현수막 제로 도시’ 도전
“이곳에 현수막 게시대가 설치된 지 15년이 지났습니다. 쉽게 훼손되고 보기 흉하죠. 무엇보다도 보행자와 차량의 시야를 가려 안전사고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한파가 몰아친 20일 최창식 중구청장이 을지로4가 공사장 벽에 붙은 홍보물 제거 작업을 하면서 “서울을 찾는 관광객 90% 이상이 거쳐 가는 중구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도시 경관을 해치는 불법 홍보물을 꾸준히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신당동 남산타운아파트 등 지역 곳곳에 놓인 현수막 게시대 30개를 모두 철거했다. 높이 8m짜리 기계식 게시대(공공 4개, 상업 11개)와 1m 미만인 펜스형 게시대(공공 15개)를 포함했다. 홍보 효과가 있을 것 같지만 대부분 한적한 곳에 설치된 탓에 이용률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2011년 사용 건수가 975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40%가 줄어든 591건에 불과했다. 오히려 철거를 하면서 유지·보수비, 탈·부착비 등 900여만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최 구청장은 “현수막 게시대를 없애 불법 현수막이 더 성행할 수도 있다”면서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하고 주민이 동참해 준다면 도시 미관과 보행자 안전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공무원모니터단이 근무 외 시간에 불법 현수막을 발견하면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 이를 신고하면서 단속을 우회 지원하는 등 정비망에 틈새를 두지 않았다. 불법 현수막을 설치했다가 적발되면 10만~500만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무는 등 강력한 행정 조치도 병행할 예정이다.
최 구청장은 “저렴하고 수월하다는 이유로 불법 현수막이나 벽보를 이용하지만 공공성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홍보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면서 “현수막 게시대를 없애는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중구광장, 블로그, 홈페이지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2016-01-21 1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