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생물 ‘묻지마 보호법’ 논란
공원·하천 뱀 출현에 주민 불안
서울시, 보호법 개정 정부에 요구
가마우지, 강원 어민 생계 위협
“유해 야생동물 지정을” 목소리
13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2004년 제정된 야생생물보호법에 따라 포획이 금지된 동물의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어 주민들의 생활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는 뱀 출현으로 공원과 하천변을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본다. 안내판 설치나 안내방송은 공포감만 가중시킬 뿐 효과가 없고, 뱀 차단용 그물 설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강공원의 경우 지난해 8~10월 3개월간 33건의 뱀 출현 신고가 접수됐다. 맹독을 가진 살모사, 누룩뱀, 유혈목이 등 다양하다. 지난해 9월에는 한강공원에서 반려견이 뱀에게 물려 다리가 괴사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에 서울시는 뱀을 잡아 격리할 수 있도록 야생생물보호법 개정을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시는 전국 16개 시도에 공문을 보내 의견을 종합한 뒤 시도지사협의회 안건으로 상정할 방침이다.
텃새화된 민물가마우지는 물고기를 대량으로 먹어 치워 어민과 생태계를 위협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비살생적인 개체수 조절을 권장하고 있다.
전북 진안군도 수년 전부터 용담댐 일대에 수천 마리의 민물가마우지가 둥지를 틀고 서식하며 물고기를 대량으로 잡아먹자 유해 야생동물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진안군 관계자는 “야생생물도 지역에 따라 서식 밀도, 주민 생활과의 관계가 다른 만큼 시군별로 탄력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야생생물의 개체수가 늘어났다고 해서 포획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며 인간과의 공존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민원이 많이 제기되는 야생생물을 지속적으로 관찰해 유해 야생생물 지정 여부를 판단한다”며 “가마우지의 경우 지난해 비살생적 방법으로 개체수를 조절한다는 방침을 마련했기 때문에 우선 성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송학 기자
2023-03-14 1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