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을사년에는 각종 전시를 통해 다양한 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만사형통’(萬巳亨通)에 전시된 ‘땅을 지키는 열두 수호신 가운데 여섯 번째 뱀신’.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
을사년을 맞아 뱀과 관련한 다채로운 전시도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 각국 뱀 관련 유물전
국립민속박물관은 오는 3월 3일까지 특별전 ‘만사형통’(萬巳亨通)을 연다. 이 전시는 뱀에 대한 인간의 복합적인 인식이 담긴 전 세계의 민속문화를 소개한다. 한국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아프리카 바가족의 신줏단지, 스리랑카 지역의 뱀 조각 가면, 멕시코 아스테카 문명의 캘린더 스톤 등 각국의 뱀 관련 민속 유물을 만날 수 있다.
‘1000개의 얼굴’을 가진 채 문화 상징으로 인간과 함께 살아온 뱀과 관련된 각종 유물들이 무척 흥미롭다. 십이지신 중 하나인 뱀의 모습이 담긴 그림, 우표, 공예품에서는 지혜를 상징했던 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은 땅속과 땅 위를 오가는 뱀을 보며 이승과 저승의 서로 다른 두 세상을 오가는 신비로운 존재라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샤먼이 의례에 사용했던 숟가락, 북 손잡이, 지팡이 등에선 조각된 뱀을 찾을 수 있다. 한편으로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고, 한 번에 여러 개의 알을 낳는 뱀은 생명력과 풍요로움을 상징했다. 풍요 기원 의례에서 사용했던 가면, 공예품 등에서 뱀을 찾을 수 있는 이유다.
●전통 회화로 만나는 뱀의 ‘청사진’
국가유산청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오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갤러리 라메르에서 학생 41명과 교수진이 전통 기법과 재료를 바탕으로 창조한 전통 회화를 선보인 기획전시 ‘청사진’(靑巳進)을 연다.
전통 놀이인 윷놀이를 푸른 뱀을 감은 현무와 전통 문양인 단청으로 장식한 이수영의 ‘보드게임’, 벚나무를 휘감고 있는 푸른 뱀과 나무의 조합으로 번영과 재생의 에너지를 보여주는 하현주의 ‘청사초롱’, 서산 개심사 영산회괘불탱을 모사한 ‘영산회괘불도’, 탑을 돌던 뱀이 비구니에게 들켜 인간이 되지 못하자, 미안함을 느낀 비구니가 뱀을 돌보며 일생을 함께했다는 천년고찰 비암사의 설화를 재구성한 최지원의 ‘비암’ 등 50여점이 소개된다.
2025년 을사년에는 각종 전시를 통해 다양한 뱀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한국만화박물관 신년 카툰전 ‘청사(靑蛇), 초롱초롱’에 전시된 김동화의 ‘별, 꽃, 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제공 |
●8개국 63명 만화가들의 푸른뱀 카툰전
경기 부천 한국만화박물관은 3월 2일까지 신년 카툰전 ‘청사(靑蛇), 초롱초롱’을 연다. 8개국 63명의 만화가가 참여해 생명력과 지혜, 변화를 상징하는 푸른 뱀을 주제로 희망찬 에너지를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참여 작가들은 뱀의 매끄러운 곡선과 예리한 시선, 푸른 빛에서 느껴지는 차분하면서도 강렬한 에너지를 작품에 담았다. 이미정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만화박물관팀장은 “다양한 시선으로 해석된 푸른 뱀 이야기를 통해 힘찬 기운을 느끼고 을사년 새해에는 초롱초롱 빛나는 일만 가득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윤수경 기자
2025-01-01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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