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파로 꽃눈이 50%가량 얼어 죽어 지난해보다 수확량이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동해 특약에 가입했지만, 농작물재해보험금조차 받을 수 없어 답답합니다. 정부의 도움이 유일한 희망입니다.”(박모씨·58·강원 원주)
25일 전국 지자체와 기상청에 따르면 올 들어 3월 중순까지 전국의 평균 강수량은 218㎜로 평년(79㎜)보다 3배 가까이 많아 습해로 이어지고 있다. 비나 눈이 내린 날도 지난해보다 10일 이상 늘어난 30여일로 일조시간은 평년보다 1일 평균 5시간이나 부족했다.
●悲
경북도의 경우 올 들어 현재까지 평균 강수량(142.7㎜)은 평년 100.6㎜에 비해 크게 늘어났을 뿐 아니라 지난해 73.2㎜의 배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성주와 고령, 칠곡, 상주 등에서 참외와 딸기 등 시설작물을 재배하는 9133㏊ 가운데 90.4%인 8260㏊가 저온 또는 일조량 부족의 피해를 입었다.
전국 최대의 시설 수박단지가 몰려 있는 함안군에서는 올해 수박농사를 거의 포기한 상태다. 1800여농가가 1100㏊에 걸쳐 4~5월에 출하되는 수박을 재배하는 이 지역에서는 평년에 비해 2∼3월의 일조량이 100시간 이상 부족해 곰팡이성 병해 등이 잇따라 발생, 착과율이 떨어지고 수정이 안 돼 작물을 걷어내고 있는 상황이다.
또 원주지역 복숭아 나무 중 50% 이상이 폭설과 한파로 동해를 입어 고사위기에 처했고 춘천과 홍천, 횡성 등에서도 꽃눈이 어는 피해가 나타났다.
이와 함께 예년에 비해 2~3월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시설재배농가의 기름 사용량이 지난해보다 40%가량 늘어나면서 난방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일부 시설농가는 재배를 포기하기도 했다. 광주에서 비닐하우스에 한라봉을 재배하는 최모씨는 수확량 감소와 난방비 부담 증가로 대체 작물 파종을 결심했다.
●喜
반면 울산시는 잦은 비로 충분한 수량을 확보하면서 낙동강의 물을 끌어와 사용하지 않으면서 27억원가량의 원수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식수원인 회야댐은 자체 수원 부족으로 매년 낙동강 물을 끌어와 사용하면서 물값으로 연 평균 100억원가량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잦은 비로 낙동강 물을 이용하지 않으면서 올 상반기 27억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들어 현재까지 울산지역의 강수량은 305㎜로 지난해 같은 기간(150㎜)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이 덕분에 현재 회야댐 저수량은 1746만㎥로 유효저수량 1771만㎥의 99%가량에 이른다. 상수도사업본부는 현재의 저수량을 고려할 때 올 상반기 동안 낙동강의 원수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낙동강 원수 1854만 4000㎥(물값 67억 3100만원)를 사용했지만 올 1~2월에는 원수비용으로 40억 2200만원만 지급, 27억 900만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2010-03-26 2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