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 구조조정에 휴업조치도
정부청사 주변 식당가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사정한파로 공무원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종업원 구조조정에, 휴업을 한 곳도 있다. 높아진 물가수준에 휴가시즌인 7~8월이 전통적인 비수기라는 점도 있다.매출 60%이상 급감
대전청사 주변의 한 업소는 문을 닫은 상태다. 폐업은 아니고 비용 절감 차원에서 당분간 휴업을 선택했다. 괜히 문을 닫았다고 소문나면 단골마저 끊어질 수 있어 문의가 오면 휴가를 핑계대고 있다.
대전청사 인근의 고깃집의 A 사장은 “일평균 매출이 300만원에서 최근에는 120만원 정도로 60% 이상 급감했다.”면서 “점심시간에 공무원 손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맞은 편에 있는 돼지갈비집도 사정은 마찬가지. 최근 주방과 홀 직원을 각각 1명씩 줄였다. 연초 구제역에 사정 한파까지 겹치면서 손님이 몰려 아르바이트 직원을 쓰던 적이 언제였는지 감감할 뿐이다.
B 사장은 “현재 삼겹살 1㎏ 공급가격이 전년대비 대략 2배 정도 오른 2만 2000원”이라며 “손님이 줄어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보니 아예 장을 적게 보며 대응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인근 식당가도 마찬가지다. 공무원들이 각종 모임 자리로 즐겨 찾는 한식당의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면서 “요즘 매출이 예전의 1/5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식자재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고 있어 종업원을 줄여가며 힘들게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64·여)씨는 “예전에는 내부 인사이동이 있거나 중요한 업무를 마치면 회식하러 많이 왔는데 요즈음은 그런 문화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외상장부 없애기 촌극도
음식점마다 외상 장부를 정리하느라 일대 소동도 일었다. 공무원들은 대개 부처마다 자주가는 음식점에 외상 장부를 만든 뒤 나중에 결재를 한다.
과천청사 주변의 한 음식점 사장은 “사정반한테 외상 장부가 문제가 되지나 않을까 해서 서둘러 외상값을 갚거나, 장부를 없애달라는 주문도 받았다.”면서 “요즘은 식사 후 장부에 기재하는 일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귀띔했다. 대천청사 주변의 한 식당 사장도 “정부에서 공직자 비리 차단을 위해 식당 장부까지 정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요즘처럼 어려웠던 적이 없었던 같다.”고 한숨을 내셨다.
일부 식당들은 할인쿠폰을 발행하거나 가격을 낮춘 특가 음식을 내세우는 등 ‘박리다매’로 활로 찾기에 나섰지만 효과가 예전같지 않다. 오히려 내부 출혈만 키우는 악순환이다.
민심 안정을 위해 시작한 사정 바람이 오히려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볼멘소리도 다. A 사장은 “이런 것이 현 정부가 강조하는 ‘서민을 따뜻하게?’하는 것이냐?”면서 “공직기강은 평소에 소리없이 해야지 뭔 일만 터지면 요란법석을 떠는 행태가 솔직히 가증스럽다.”고 질타했다.
글 정부대전청사 박승기·박성국기자 skpark@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