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등도 심의 연기·유보
3일 각 지방의회에 따르면 광주시의회 교육위원회가 최근 열린 내년도 교육비 특별회계 예산안 심의에서 전국 처음으로 누리과정 사업비 708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번 삭감은 최근 열린 전국 시·도의회 의장협의회의 결의에 따라 누리과정 사업비에 대한 전액 국고지원을 촉구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서울, 부산, 대구, 충북도 의회도 최근 관련 예산안 심의를 연기하거나 유보했다. 경기, 제주의회는 일부를 삭감해 통과시켰다.
지방의회가 이처럼 누리과정 사업비 예산 반영에 제동을 거는 것은 정부가 확고한 국고지원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제도만 밀어붙인다는 불신 때문으로 보인다.
광주시의 경우 내년도 3~5세 유아는 4만 5000여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누리과정에 참여할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들은 대략 2만 3000여명으로 파악됐다. 총 소요 예산은 905억원가량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시교육청이 이번에 시의회에 요구했다가 삭감당한 관련 예산은 708억원으로 200억원가량의 차이가 난다. 시 관계자는 “차기 정부에서도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하면 향후 발생하게 될 추가 비용 200억원은 지방 정부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며 “예산 편성 시작 때부터 이를 구체적 항목으로 명기해야 논란을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역시 내년 예산 중 3~4세 교육비 예산의 35%만 국고에서 지원받는다. 나머지는 대부분 교육청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 전국적으로는 올해 1조 6049억원, 내년 2조 8350억원, 2014년 3조 4759억원, 2015년 4조 4549억원 등으로 사업비가 늘어난다.
정부는 그럼에도 2011~2014년 내국세 증가에 따른 지방교육재정이 연평균 3조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추가 예산 부담 없이 누리과정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혀 왔다. 이 재원을 유아 교육비 등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산술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
그러나 전국 시도의회 의장협의회는 최근 성명에서 “정부가 누리과정에 지방교육재정을 쓰도록 결정하는 바람에 다른 교육 사업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현재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포함된 누리과정 사업 관련 예산을 독립항목으로 편성해 지방비 부담을 없애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2012-12-04 14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