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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사는 예상보다 작은 폭으로 이뤄져 변화나 개혁보다는 조직 안정에 중점을 두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감사원은 고위직 인사설과 인사 공백으로 조직이 술렁여 왔다. 1급 자리가 여럿 빈 상태에서 각종 추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행시 29회인 왕 실장이 고시 선배인 정길영(행시 28회) 제2사무차장을 뛰어넘어 선임 실장 자리인 제1사무차장 자리를 꿰차게 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1차장 자리는 공공기관 감사를 비롯해 재정·금융 등 경제 분야를 총괄하는 요직이다. 왕 실장은 경남고를 나온 감사원 내부의 대표적인 부산·경남(PK) 인맥이다. 감사 실무를 총괄하는 김영호 사무총장도 진주고 출신이어서 감사원 업무와 살림을 모두 PK 인맥이 쥐게 됐다. 황찬현 감사원장도 마산고 출신이라 ‘PK 인맥의 독식’이란 지적도 나온다.
요직으로의 승진이 유력하던 기획통 김상윤 국장이 감사교육원장으로 밀려난 것도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선임 국장인 재정경제감사국장을 지내면 요직으로 승진되는 게 일반적인 관례다. 특별조사국, 공공감사운영단 등을 통할하는 공직감찰본부장에는 육사 출신인 김일태 국장이 내정됐다. 김 국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과 절친한 사이로 통한다.
이번 인사는 황 감사원장이 조직 안정을 위해 가능한 한 작은 폭으로 단행했다. 원장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보다는 감사원 간부들의 의견을 존중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실장급에 이어 다음 주부터 국장 승진 인사 및 과장 승진 인사를 연이어 단행할 방침이다. 일부 국장 및 과장급 인사와 관련해 일부 간부의 전횡을 지적하는 볼멘소리도 나오는 등 벌써부터 시비가 불거지고 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2014-02-12 2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