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 공무원 동기 권호진·최정훈씨
40년의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새내기 공무원이 된 동기생들은 공직사회를 어떻게 생각할까?임명된 지 한 달여가 된 2일 이들로부터 공무원 생활의 각오를 들어봤다. 입사하자마자 정년이 1년여밖에 남지 않은 권씨는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30여년 사회 경험을 지역 주민을 위해 쏟아내고자 공무원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외국계 기업에서 최고경영자(CEO)까지 지낸 권씨가 9급 공무원 시험에 도전한 이유는 마지막 사회생활을 명예로운 ‘공직’으로 마치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그는 “공무원만큼 명예로운 직업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만들고 봉사하는 자리가 공직인 만큼 근무 기간 동안 최선을 다겠다”고 했다.
3주 전 고등학교 졸업식을 마친 최씨는 “기업은 이윤 추구에 집착하면서 직원을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심하다”면서 “비록 미약하지만 나의 능력을 공공 이익을 위해 쓰면서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늦은 퇴근과 심한 업무 달성 스트레스보다 여가생활과 자기발견 기회가 많은 공직이 훨씬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명예와 봉사를 택했던 베이비붐 세대와 높은 연봉보다는 자신만의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 간의 공직사회를 바라보는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직원들과의 유대 관계를 중요시하는 것은 비슷하다. 권씨는 “우리 과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직원이 바로 ‘나’지만 선배들의 말을 잘 따른다”면서 “일하는 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외국계 회사에서 이미 나이 어린 상사들과 일한 경험이 많다”면서 “직급과 관련 일의 능력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19세의 최씨는 “가장 어린 직원이어서인지 누구나 잘 대해 준다”면서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막내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정보통신 인허가 업무를 맡았는데 솔직히 옆의 선배가 아니면 지금까지 헤매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지금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열심히 배우는 단계”라고 덧붙였다.
권씨는 서면 보고 등 공직사회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형식적인 공문서 작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아쉽다”면서 “대면 보고를 늘리면 주민을 위한 시간을 좀 더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권씨는 일반 기업보다 정형화된 보고 체계 등으로 정책 결정이 늦어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최씨는 “처음 일을 담당하는 사람도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자세한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애로사항과 함께 “봉사하는 공무원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