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고민거리이자 관심사는 ‘집 구하기’다. 당장 내년 2월에 세종시로 옮기는 행안부의 경우 공무원들의 관심은 온통 아파트 특별분양에 쏠려 있다. 상당수 공무원은 세종을 서울에 빗대 “여기는 대치동이구먼”, “이곳은 용산쯤 되겠네”라며 구입 이후 부동산 가치의 향배를 가늠해 보기도 한다. 최근 실시한 특별분양에 누구라도 당첨되면 “이제 부자 되겠다”며 동료들 전체가 축하 박수를 쳐준다. 실제 최근 이전기관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종시 공동주택 특별분양에서 경쟁률이 무려 10대1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만큼 관심이 뜨겁다는 얘기다.
행안부 A과장은 “주변에 세종시 아파트 특별분양을 알아보는 공무원들이 아주 많다. 특히 젊은 사무관들은 거의 다 세종으로 이사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와 애들 모두 서울에서 직장과 대학을 다니는데 세종을 다 같이 이사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면서 “세종시에 원룸 하나 구해서 팔자에 없는 주말부부 노릇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중·고교생 자녀를 둔 공무원은 교육 문제 때문에 ‘기러기 아빠·엄마’가 될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자녀가 초등학생일 경우 세종행(行)에 별 문제가 없지만 중학생 이상이면 학업 성적이나 교우 관계 등의 문제로 가족 전체 이주가 힘들어진다. 행안부의 한 과장은 “중3 딸에게 세종에 같이 가자고 했더니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싫다’며 엉엉 울었다”면서 “고교 진학 등 대학 입시와 직결된 문제도 걸려 있다 보니 가족과 상의한 끝에 혼자 내려가기로 했다”고 씁쓸해했다.
#前 미래부·과기부 조직개편에 집 샀다 되팔아
내년 8월까지 세종시 이전이 예정돼 있는 과기정통부의 분위기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전 결정이 확정되기 전인 지난 2월 말부터 정부과천청사 주변에는 ‘과기부의 세종 이전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리기 시작했다. 과천시 상인단체 등이 내건 현수막을 보면서 출퇴근을 하는 과기부 공무원들의 속내도 복잡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교육과학기술부 시절 세종 이전이 거론됐을 때 과학기술 분야 공무원 상당수가 세종시에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들어 미래창조과학기술부로 조직이 개편되면서 세종시 이전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앞서 분양을 받았던 공무원 가운데 절반가량은 세종시 아파트를 되팔았고, 나머지는 전세를 주거나 세종에서 과천으로 ‘역출퇴근’을 하고 있다.
현재 세종에서 출퇴근하고 있는 한 서기관은 “미래부로 넘어가 많은 사람들이 세종에서 분양받은 아파트를 되팔 때가 아파트 시세가 최저를 기록하고 있을 때였는데 손해를 보고 팔 수 없었다”면서 “아내가 이미 세종으로 이전한 부처 공무원이라서 ‘나 혼자만 고생하면 되지’라는 생각에 서울 집을 정리하고 아예 내려가 출퇴근하는 것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종으로 내려가게 되면 가족과 함께 지낼 시간이 많아질 것 같아 내심 더 빨리 내려갔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 주말부부로 살 생각하면… 임신·육아 어쩌나
반면 서울이나 과천에 거주 중인 공무원들은 고민이 깊다. 취학 전 자녀가 있는 공무원은 세종으로 내려간 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한 공무원은 “정부청사 내에서 위탁운영하는 직장어린이집의 경우 공무원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입소까지 1년 이상 대기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한 여성 공무원은 “남편 직장은 서울이라 세종시로 같이 이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부터 주말부부로 살 생각을 하면 임신, 육아 문제 등 현실적인 고민에 막막하다. 서울에 집을 두고 세종에도 주거를 마련해야 하므로 가계 부담도 큰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2018-04-23 3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