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의 ‘외딴 방’ 중)
외로운 영혼의 진지한 인생을 따뜻하게 조망한 장편소설 ‘외딴방’은 작가 신경숙의 애환이 담긴 자전소설로 유명하다.
소설의 무대가 된 구로구 가리봉동 일대 속칭 ‘벌집촌’은 1970~80년대 노동문제와 젊은 영혼들의 고뇌가 집약된 역사적 산물이기도 하다.
●도시재정비委 심의 겨쳐 내일 결정
소설 속 벌집촌이 2015년까지 초고층 빌딩과 5000여가구 주상복합건물을 갖춘 ‘디지털비즈니스시티’로 탈바꿈한다. 서울시는 가리봉동 125일대 33만 2929㎡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정비촉진사업’을 실시한다고 26일 밝혔다. 사업은 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 28일 결정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곳에는 최고 53층(200m)의 랜드마크 타워가 들어선다. 호텔과 컨벤션센터, 금융·기업본사 등이 입주해 지구의 중심지로 조성된다.
또 용적률 200~870%가 적용된 최저 7층, 최고 53층의 공동주택 5430가구도 건립된다. 분양주택은 3942가구, 임대주택은 1488가구가 지어진다. 임대주택 가운데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1025가구나 포함된다. 오피스텔 1389실도 별도로 공급된다.
인근 디지털단지의 직장인 등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특성을 감안해 전용면적 60㎡ 이하의 소형주택은 전체의 절반가량인 2698가구가 건립될 예정이다. 85㎡ 이하 도시형 생활주택 296가구도 시범 공급된다.
시는 대규모 비즈니스시티 건립을 위해 남부순환도로의 구로고가차도를 철거하고 구로동길과 디지털 단지로의 폭을 3~6m로 확장하는 등 일대 교통도 정비할 방침이다.
지하화되는 남부순환도로 위에는 2만 6300㎡의 생태공원을 조성, 크게 부족했던 도심공원을 보완할 계획이다.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현상설계 공모를 통해 설계안을 마련한 뒤 내년 하반기부터 공사를 착공하게 된다.
●서울시와 구로구의 합작품
서울디지털산업단지로 변신한 옛 구로공단은 1970~80년대 한국 산업화의 상징이었다. 단지 바로 옆 가리봉동 벌집촌은 이곳 노동자들의 애환이 깃든 초라한 둥지였다. 남부순환도로와 서부간선도로 등이 건립되며 한때 활발한 개발이 예상됐지만 여전히 낙후된 주거환경을 벗어나지 못했다. 구로구에 따르면 노후 주거시설로 남아있는 가리봉동 일대에는 현재 중국동포 노동자 1만 5000여명 등 막노동자, 빈민들이 모여 살고 있다.
양대웅 구청장은 “디지털산업단지의 배후 기능을 돕기 위해 구가 주도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을 수립해 추진해 왔다.”면서 “수요예측과 마케팅 계획까지 검토한 만큼 내년 하반기쯤 주민 이주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계호 시 뉴타운사업기획관도 “서울 서남권이 복합비즈니스 도시로 변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