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부른 역대 감사
1993년에 진행한 ‘율곡사업(전력증강사업) 특별감사’도 한 예가 된다. 당시 이회창 원장은 30여년간 성역으로 여겨졌던 군부에 칼날을 들이댔다. 율곡사업은 박정희 정권 때부터 대통령이 직접 추진한 정책이어서 청와대까지 건드린 셈이 됐다. 감사원의 역량을 확장했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배경을 두고는 독립성에 의문을 남긴다. 하나회 해체작업 등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집권 후 취한 ‘정치군인 소탕’의 연장선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감사 중단과 축소 압력도 많았다. 1995년 ‘효산그룹 콘도사업 특혜 감사’의 경우다. 당시 감사원은 효산그룹이 경기 남양주시에 콘도를 건립하려고 YS 정부 실세들과 결탁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공무원들의 금품 수수 혐의를 확인한 현준희(당시 감사원 주사)씨는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 상부는 감사를 중단시키고, 그를 인사이동시켰다. 이듬해 3월 또 다른 권력형 비리인 ‘장학로 사건’이 터지자 상관은 ‘관련 서류를 찢으라’는 명령까지 내렸다. 그는 공익제보를 했으나 감사원은 오히려 그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는 10년이 지나서야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해바라기 감사원’의 오명은 더욱 커졌다. 2008년 3월 감사원이 공기업 경영 실태 감사에 들어가자 ‘표적감사’ 논란이 일었다. 감사원은 “정례적인 공기업 감사”라고 강조했지만, 청와대가 노무현 정부 출신 공기업 기관장들에 대해 사퇴 압박을 시작하던 때라 ‘청와대 코드 감사’라는 말이 나왔다. 5월에는 KBS와 정연주 사장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하면서 MB의 국정철학을 홍보하기 위한 공영방송 길들이기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2013-07-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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