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임금 지킨 곳 한 곳도 없어… ‘노동 삼권’ 제한 사례도 244건
서울의 한 사립대학 청소노동자인 이모(57·여)씨는 새벽 버스를 타고 출근해 하루 8시간 이상을 꼬박 일하고도 월 120만원밖에 손에 쥐지 못한다. 온종일 먼지를 뒤집어쓰고 일하지만 쉴 공간 하나 변변치 않다. 계단 밑 간이공간이 이씨와 다른 청소노동자들의 유일한 쉼터다. 그나마도 비가 오면 물이 새고, 쥐가 간식을 파먹는다. 휴식 시간에 잠시 숨을 돌리려고 건물 안 소파에 앉으면 관리자들이 달려와 저리 가라고 손사래를 친다. 이씨는 “우리도 학교 직원인데, 정말 모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정부세종청사 중앙부처 사무실과 주변시설 청소용역을 맡은 공공비정규직노조 세종지회 소속 한 미화원이 6일 국무총리실앞에서 청소인원 감축을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
‘이사장 아들이 이사 가는 집에 가서 청소해라’, ‘이사장댁 산소에 벌초해라’, ‘교내에 떨어진 은행을 주워 이사장 사모님께 전달해라’, ‘교내 잔디밭 잡초를 모두 뽑아라’ 등 업무지시를 내린 사례도 63건에 달했다.
구권서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지역공공서비스지부장은 “청소노동자들에게 업무 수행범위를 정한 과업지시서 이외의 일을 시키는 행태는 현장에서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과도한 복무규율을 청소 노동자들에게 적용한 대학도 있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모두 23건이 발견됐는데 ‘업무 중 일절 잡담을 하지 마라’, ‘일할 때는 소매를 걷지 마라’, ‘업무 시간에 콧노래를 부르지 마라’, ‘일반 직원용 휴식공간에 앉지 마라’ 등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의 규율이 실제로 적용되고 있었다. 고용부는 적발된 대학에 시정명령을 하고, 바로잡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14-11-07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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