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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요구가 관철되면 의정비 총액이 4968만원에서 5400만원으로 늘어난다. 도의회는 의정비가 광역의회 가운데 하위권이라 이 정도는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무리한 요구라는 비난 여론이 강하다. 그러자 도의회는 최근 해외연수 피드백 강화, 행동강령 제정 등을 실천하겠다는 카드를 제시했다. 당연히 할 일을 갖고서 생색을 내려는 술수인 것이다. 의장이 추천한 인사 3명이 포함된 도의회 의정비 심의위원회가 의정비 인상안에 대한 주민여론 수렴 방법으로 여론조사 대신 오는 21일 공청회를 열기로 한 것도 논란이 일고 있다. 공청회는 의원들이 지인들을 동원할 수 있는 등 여론조사보다 객관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서다.
최윤정 충북경실련 사무처장은 “낮에 하는 공청회에 갈 수 있는 시민이 얼마나 되겠느냐”면서 “의정비를 올려 주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북도의회, 청주시의회, 진천군의회 등은 앞으로 4년 동안 해마다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맞춰 올리기로 했다. 이들 의회는 내년에 월정수당이 1.7% 인상된다. 이들이 얼마되지 않는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따르기로 하면서 ‘양심적인 의회’라는 의견도 있지만 여론수렴 절차를 피하기 위한 ‘잔꾀’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공무원 보수 인상률 수준안에서 인상하면 여론조사 등을 생략할 수 있다. 공무원 봉급이 해마다 인상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들 의회는 4년간 해마다 의정비를 올리면서 여론 수렴은 한 번도 하지 않게 된다.
지난달 말 이뤄진 충남 천안시의원들의 의정비 인상 과정도 ‘꼼수’ 논란을 불렀다. 시가 480만원을 들여 여론조사를 하고도 의정비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까지 공개를 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시민들 사이에 “무더기 해외연수로 안 좋아진 여론을 의식해 일부러 감추는 게 아니냐”는 등 의혹이 일었다. 또한 1인당 의정비를 3865만원에서 4114만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에 대해 ‘높다’ 49.4%, ‘적정하다’ 45.5%, ‘낮다’ 5.0%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도 ‘적정하다’와 ‘낮다’를 합하면 절반을 넘는다는 이유로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켜 비난을 샀다.
남기헌 충청대 행정학과 교수는 “의정비 인상 때마다 생기는 잡음을 없애기 위해 국회의원들처럼 일정한 기준을 만드는 방법도 필요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지방의원들이 정당의 하수인으로 전락하지 않는 등 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천안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2014-11-1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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