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전설’ 한달만에 완판… 市상수도사업본부 전재섭 부장
‘첫눈 오는 날/첫눈에 반해/사랑이 펑펑 내린다/…/달빛 아래 피어나는 선홍색/도발적인 꽃잎/…/하얀 눈 위에 홀로 핀 붉은 사랑/서럽고 황홀하다’(설중매)
●어린시절 상경해 공사판돌며 주경야독
서울시에서 ‘전설’로 불리는 전재섭(58) 상수도사업본부 경영관리부장이 시집 ‘전설’을 펴내 눈길을 끈다. 지난해 말 발간해 한달 만에 모두 팔리는 드문 기록까지 세웠다. 그는 19일 “인세를 받아 어려운 학생 돕기에 쓰겠다.”고 밝혔다.
전 부장은 서울시 공무원 모임인 ‘글사랑’ 회장을 맡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삶의 역정이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국내 첫 투표행태 연구로 박사학위
주경야독의 열매는 달콤했다. 작정하고 상경한 지 12년째이던 1978년 서울시 7급 행정직 공채에 합격해 영등포구 청소과 주사로 공직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러나 배우려는 열정은 더 뜨거워졌다. 1987년 방송통신대를 나와 1990년 ‘도시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행정학 석사학위를, 2008년엔 ‘한국 유권자의 투표행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따냈다.
전 부장은 “당시만 해도 국내 사례를 파헤친 자료로 처음이어서 박사학위 논문에 ‘JS모델’이란 별명을 붙인 지도교수를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서울시립대와 경복대 등에서 후배들을 가르치는 데 정성을 쏟고 있다.
●“힘든때 손길 건넨분들에 감사”
전 부장은 “책을 선물한 김씨 아줌마, 늘 따뜻이 격려를 아끼지 않던 최동호 여관집 주인, 겨울날 종일 굶었던 내게 국밥을 사 주신 남대문시장 행상 아주머니 등 어릴 적 손길을 건넸던 분들을 떠올린다.”고 되뇌었다. 또 “고향 떡깔나무 옆에서 장수하늘소와 함께 놀던 때처럼 늘 꿈을 꾼다.”며 “시(詩)야말로 허망함을 밟고 일어선 내 마음의 고향이자 평생을 함께할 화두로서, 내 잠재의식을 휘감고 있는 전설이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책 출간에 대한 반응을 보고 그래도 헛되이 살지는 않았구나 하는 안도와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을 맺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