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몇몇 자치구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접속과 동시에 ‘행정수도에 관해 저 이명박이 말씀드립니다’ 라는 제목의 글이 팝업(pop-up)창으로 뜬다. 이 글은 지난달 24일 이명박 시장이 시 홈페이지에 올린 것으로 이보다 이틀 앞서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글에 대해 반박형식으로 작성됐다.
이 시장은 노 대통령의 글이 개인의 소회를 밝히는 형식인 점을 감안해 자신도 철저히 자신의 심경을 피력하는 방식으로 글을 작성했다. 이 때문에 글 제목도 ‘서울시장 이명박’이라는 표현보다 ‘저 이명박’이라는 문구를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글은 A4용지 11장의 방대한 분량이며 또 비교적 강한 어조의 단어를 동원, 대통령의 논리를 비판했다. 때문에 행정수도 이전을 두고 ‘盧-李’갈등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시장은 공식인터뷰를 요구하며 시장실을 찾은 기자들에게 “개인적 느낌을 밝힌 것뿐”이라며 “따라서 공식 인터뷰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 대통령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것처럼 자신도 서울시 홈페이지에만 담담하게 글을 올린 것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가 보여준 조치들은 ‘단지 개인적 글’이라는 이 시장의 발언을 무색케 했다.
시는 각 구청 상황실에 ‘긴급팩스’까지 보내 이 시장의 글을 홈페이지에 팝업창으로 뜨도록 조치했다. 더군다나 ‘긴급팩스’가 발송된 날은 공무원들이 쉬는 넷째주 토요일이었다. 이 때문에 일부 구청의 관계자는 부랴부랴 출근해 서울시의 ‘업무협조’를 처리하기도 했다. 구청의 한 관계자는 “표현은 ‘업무협조’내지는 ‘요청’이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지시’로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에서 보낸 공문내용 등 일부 사실 확인을 위해 기자가 몇몇 구청에 전화를 거는 도중, 일부 구청에서는 취재소식을 접하고 팝업창을 삭제하기도 했다.
‘개인적인 글’을 강조하며 공식인터뷰까지 거절했던 이 시장은 서울시가 ‘긴급팩스’까지 보내 구 홈페이지에 자신의 글을 게시하도록 한 사실을 알았을까.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이같은 일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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